스트레스 여행: 도피하는 마음의 지도
세 번째 퇴사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심장이 제자리를 찾았다. 마지막 백 원까지 털어 구입한 편도 티켓이 지갑 속에서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목적지조차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멀리'라는 단어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공항버스로 갈아타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상사의 이름. 무시했다. 다시 울렸다. 또 무시했다. 세 번째 울림에 전원을 껐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이 점차 낯설어졌다. 하늘은 납빛이었고, 내 눈가에 맺힌 습기와 함께 유리창에 비치는 내 얼굴은 더 이상 알아볼 수 없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내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이 처음으로 현실감을 주었다. 체크인 카운터 앞, 직원이 물었다. "여행 목적이 무엇인가요?" 목구멍까지 차오른 대답을 삼켰다. '도망'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휴식이요."
비행기 안, 옆자리 노인이 내게 물었다. "젊은이, 어디로 가나?" 창문 너머로 구름 위의 태양이 눈부셨다. "제 자신을 찾으러 갑니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대답에 노인은 크게 웃었다. "재밌는 말을 하는군. 자신은 어디에도 없네. 자신은 언제나 여기 있지."
도착한 곳은 이름 모를 섬나라의 작은 마을이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지도도 없었다.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밀려왔다. 길을 잃어야만 새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진리를 이제야 깨달은 듯했다.
숙소에서 만난 호스트는 내게 손짓했다. 그를 따라 마을 뒷산에 올랐다. 해 질 무렵, 산 정상에서 바라본 마을은 자그마한 불빛들의 집합체였다. 호스트가 내 어깨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했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어깨에 앉아있던 것을 가리킨 것이었다. 내려다보니 작은 나비가 날아갔다.
일주일간의 여행,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마을을 걷고, 바다를 바라보고, 낯선 음식을 먹었다. 스트레스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점차 잊어갔다. 마지막 날, 호스트가 쪽지를 건넸다. 번역기로 확인한 메시지는 단 한 문장이었다.
"당신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당신의 내면입니다."
귀국 비행기에서,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낯설었지만, 이제는 그 낯섦이 두렵지 않았다. 휴대폰 전원을 켰다. 수십 개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았다. 지도 앱을 열었다. 홈 화면에 '현재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게 지금 내게 필요한 유일한 정보였다. 스트레스는 결국 우리가 있어야 할 곳과 있는 곳 사이의 거리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