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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초콜렛

스트레스의 달콤한 위로, 초콜렛

그녀가 처음으로 남편의 서랍을 열었을 때, 초콜릿 냄새가 먼저 그녀를 맞이했다. 서류 더미와 펜 사이에 숨겨진 수십 개의 고급 초콜릿 포장지들. 남편은 항상 초콜릿을 싫어한다고 했었다.

미연은 떨리는 손으로 포장지 하나를 집어들었다. 벨기에산 다크 초콜릿, 남편이 혐오한다던 바로 그 쓴맛. 열린 서랍에서 피어오르는 달콤한 향기가 갑자기 역겨워졌다. 마치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죄악처럼.

"일 때문에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마."

남편의 문자를 다시 읽으며 미연은 소파에 주저앉았다.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물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눈물 같았다. 그녀의 심장은 마라톤 주자처럼 빠르게 뛰었고, 목은 바싹 말라있었다.

냉장고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잔에 따랐다. 첫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목 뒤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다시 서랍으로 돌아가 포장지들을 하나씩 펼쳐보았다. 모두 같은 가게에서 산 것들이었다. 집 근처 고급 초콜릿 샵. 미연이 한 번도 들어가본 적 없는 그곳.

"병원에서 스트레스성 위염이라고 했어요. 초콜릿은 절대 안 됩니다."

3년 전 남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 이후로 집에 초콜릿은 완전히 사라졌다. 미연은 남편의 건강을 위해 달콤한 디저트를 포기했고, 그들의 집은 완벽하게 초콜릿-프리 존이 되었다.

그녀는 서랍에서 가장 오래된 포장지를 꺼내들었다. 날짜가 적혀 있었다. 2년 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그날 남편은 야근이었다. 미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이 울음으로 바뀌는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관 도어락 소리가 들렸을 때, 미연은 이미 모든 포장지를 거실 테이블 위에 날짜순으로 정렬해 놓은 상태였다. 40개의 초콜릿 포장지. 40번의 거짓말.

"뭐 하는 거야?" 남편이 물었다.

미연은 대답 대신 초콜릿 하나를 입에 넣었다. 남편 서랍에 아직 남아있던 마지막 한 개. 쓴 다크 초콜릿이 혀 위에서 천천히 녹아내렸다. 쓰디쓴 맛이 달콤함으로 변하는 순간, 그녀는 이해했다. 우리는 모두 스트레스의 달콤한 위로자를 찾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누구였어?" 미연이 물었다.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제서야 미연은 알아챘다. 남편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 초콜릿 상자와 그 위에 적힌 이름을. 그녀의 이름이었다.

"스트레스는 모두에게 있어." 남편이 말했다. "그리고 위로는 때론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다는 걸 이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미연은 식탁 위에 놓인 자신의 병원 진단서를 바라보았다. 말기 암. 그녀가 일주일 전에 받은 소식. 아직 남편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 진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남편이 매일 사 오던 초콜릿. 마치 달콤한 위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