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스트레스의 그림자
면접실 문이 열리는 순간, 모든 소리가 진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김지훈은 자신의 심장박동이 셔츠를 뚫고 나올 것만 같다고 느꼈다. 이번이 스물 세 번째 면접이었다. 숫자를 세는 것 자체가 이미 패배의 신호였다.
"김지훈 씨,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셨나요?"
질문은 항상 같았다.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준비된 답변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동안, 지훈의 머릿속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제 밤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네 또래엔 나는 이미 가장이었다." 책상 위에 쌓인 고지서들. 통장 잔고의 줄어드는 숫자들. 친구들의 SNS에 올라오는 취업 축하 소식들.
면접관의 미소 뒤에 숨겨진 평가를 읽으려 애쓰며, 지훈은 자신의 대답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리는지 깨달았다. 그는 자신이 이 회사에 "열정"이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가 가진 것은 오직 절박함뿐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결과는 일주일 내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건물을 나서자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훈은 우산을 펴지 않았다.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에 닿는 감각이 적어도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었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감각은 무뎌져 갔다. 기쁨도, 슬픔도, 심지어 불안까지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그는 핸드폰을 켰다.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지난주 면접 본 회사에서였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메일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더 읽을 필요도 없었다. 스물 두 번째 거절이었다.
그날 밤, 지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담긴 폴더를 삭제하려는 순간, 한 파일이 눈에 들어왔다. 학창 시절 써둔 소설이었다. 호기심에 파일을 열었다.
그곳에는 꿈 많던 자신이 있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세상을 놀라게 할 이야기를 가진 청년이. 언제부터 그 꿈을 "현실적인" 목표로 대체했던 걸까? 언제부터 자신의 가치를 회사의 합격 통보에 맡기기 시작했던 걸까?
다음 날 아침, 지훈은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다. 컴퓨터 앞에 앉아 새 문서를 열었다. 제목은 "나의 첫 소설"이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취업에 실패한 주인공이 진짜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한 달 후, 그는 여전히 취업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단편소설이 문학 공모전에서 가작을 받았다. 상금은 적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은 값을 매길 수 없었다. 그날 밤, 새로운 면접 제안 이메일이 도착했지만, 지훈은 이상하게도 전처럼 조급해하지 않았다. 스트레스의 그림자가 걷히자, 비로소 그는 자신의 길을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