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고민
그 여름,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에어컨을 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찌는 듯한 한낮의 열기가 아스팔트에서 아른거렸다. 창문을 열자 후끈한 바람이 얼굴을 강타했다. 이게 바람인지 사우나의 증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콧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식탁 위에 놓인 에어컨 리모컨을 바라보았다. 그 작은 기계 하나가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경계선이었다.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는 없어." 나는 중얼거렸다. 매달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느끼는 공포는 실제였다. 어제 뉴스에서는 올여름 전기요금이 평균 30% 상승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빠듯한 월급으로 버티는 나에게 그건 재앙과도 같았다.
선풍기를 최대로 틀었지만, 그저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킬 뿐이었다. 마치 오븐 속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돌리는 기분이었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지만, 수건으로 몸을 닦기도 전에 다시 땀이 흘렀다. 냉장고에서 꺼낸 아이스 커피는 손에 쥐고 있는 동안에도 미지근해졌다.
밤은 더 지옥 같았다. 피부에 달라붙는 이불, 젖은 베개, 그리고 끝없는 뒤척임. 열대야라는 단어는 너무 시적으로 들렸다. 실제로는 고문에 가까웠다. 창밖에서는 매미들이 여름의 광기에 동참하듯 요란하게 울어댔다.
다섯 번째 밤, 나는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손가락이 리모컨 전원 버튼을 향해 움직였다. 그 순간, 스마트폰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7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발행되었습니다."
옆집 친구의 고지서였다. 그는 매일 에어컨을 틀었고, 그 금액은... 내 월급의 거의 4분의 1에 달했다.
나는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다시 이불 위에 몸을 던졌다. 천장의 균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삶이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쾌적함과 지속 가능성, 현재의 안락함과 미래의 안정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저울질한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 아래, 나는 깨달았다. 이 무더위도, 이 고민도 결국 지나가리라는 것을. 모든 여름이 그러하듯, 모든 고민도 언젠가는 가을의 선선함에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에어컨 대신 작은 선인장 한 화분을 샀다. 사막의 식물, 극한의 환경을 견디는 생명체. 창가에 놓인 그 작은 초록 생명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어쩌면 삶의 가치는 편안함이 아니라, 불편함 속에서도 발견하는 아름다움에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