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의 스트레스 해소법
"우울할 때는 별을 보러 가자."
강우는 핸드폰 화면에 뜬 메시지를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여사친 유진의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미쳤냐'며 거절했겠지만, 그날따라 그도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었다. 취업 준비생 4년 차. 오늘도 서류 탈락 메일이 세 개나 도착했다.
"어디서 만날까?"
삼십 분 후, 그들은 도시 외곽 언덕 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하늘은 놀라울 정도로 맑았다. 수백만 개의 별들이 까만 캔버스 위에 흩뿌려져 있었다.
"요즘 스트레스 받는다며?" 유진이 물었다.
"너도 알잖아. 취준생의 삶이란..." 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은 작은 보온병을 꺼내 뚜껑에 따뜻한 차를 따랐다. "이거, 명상차야. 엄마가 스트레스 받을 때 마시라고 줬어."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함이 가슴으로 퍼져나갔다.
"알아? 난 여기 올 때마다 우리가 얼마나 작은지 생각해." 유진이 하늘을 가리켰다. "저 별들 중에는 이미 수백 년 전에 사라진 것도 있어. 근데 우린 아직도 그 빛을 보고 있지. 내 스트레스도 그런 것 같아. 지금은 전부인 것 같지만, 먼 미래에서 돌아보면 그냥 반짝이는 순간일 뿐이야."
강우는 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20번의 서류 탈락, 5번의 면접 실패, 3년간의 자소서... 그 모든 것이 언젠가는 그저 희미한 기억이 될까?
유진은 갑자기 일어서서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 "따라해봐. 소리 지르는 거야."
"여긴 주택가 근처잖아. 미쳤어?"
"그래서 더 좋은 거지." 유진은 씩 웃었다. "난 네가 미쳤으면 좋겠어. 스트레스에 미치지 말고, 그냥... 잠시 미쳐버려.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르고 나면 묘하게 가벼워져."
강우는 망설였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은 나란히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별이 가득한 하늘을 향해 모든 좌절감과 분노를 담아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
목이 아플 정도로 외치고 나니, 정말로 가슴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강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유진도 함께 웃었다.
"고마워, 정말." 강우가 말했다.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그냥... 여사친이라서."
유진은 별빛 아래 미소지었다. "내일은 내가 스트레스 받을 차례야. 그때는 네가 이렇게 해줘."
돌아오는 길, 강우는 문득 깨달았다. 삶의 가장 무거운 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별들은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오늘 밤 그들이 함께 지른 비명은 우주 어딘가에 영원히 메아리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