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의 스트레스: 깨진 거울 속 우리
그녀가 깨진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이 수십 개로 나뉘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현관문 앞에서 지켜보았다. 들어가야 할지, 그대로 돌아서야 할지 몰랐다.
"괜찮아?" 내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거실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민지는 대답 없이 자신의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손끝에서 새어나온 붉은 피가 카펫 위로 떨어졌다.
"또 시작이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게 울렸다. "또 내가 감정 조절을 못 했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제 밤 그녀의 회사 동료와의 통화, 그리고 그 이후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침묵. 모든 것이 패턴처럼 느껴졌다.
"피곤해..." 민지가 중얼거렸다. "내 삶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고통이야. 회사에선 마감에 쫓기고, 집에 오면... 네가 있고."
마지막 말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그녀의 스트레스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어쩌면 핵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떠나고 싶어?"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이었지만, 입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웃었다. 눈물이 섞인 웃음이었다. "떠나고 싶은 건 나 자신이야. 이 몸에서, 이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어."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깨진 거울 조각들을 피해 그녀 옆에 앉았다. 손수건으로 그녀의 상처를 감싸려 했지만, 그녀는 내 손을 밀어냈다.
"도와주려 하지 마. 내가 스스로 만든 상처야."
침묵이 우리 사이를 채웠다. 저녁 노을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었다. 그 붉은 빛이 깨진 거울 조각에 반사되어 방 안을 다양한 색으로 물들였다.
"사랑해." 나는 작게 말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게 더 아파. 네가 나를 사랑할수록, 내가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줄수록... 우리 둘 다 상처받아."
나는 그녀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은 가끔 치유하는 대신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 우리의 관계는 그녀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피난처가 아니라, 또 다른 압박의 원천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깨진 거울 앞에 함께 앉아 있었다. 수백 개의 조각난 반사상이 우리의 모습을 비추었다. 어느 조각이 진짜 우리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조각이 우리였고, 동시에 아무것도 우리가 아니었다.
민지는 천천히 일어서서 창문으로 걸어갔다. "난 잠시 혼자 있어야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관문을 닫고 나오면서, 거울 조각에 비친 마지막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깨진 조각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함께였다. 부서진 채로, 하지만 같은 프레임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