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스트레스: 당신이 보지 못하는 것들
김 과장은 병원의 스트레스 검사 결과지를 들여다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수치상으로는 그의 스트레스 지수가 위험 수준이라고 했지만, 그는 자신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 확신은 사무실 책상 위에서 그의 커피잔이 저절로,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흔들렸을 때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가 내 책상을 건드렸어?" 그가 소리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동료들은 그저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모니터만 바라볼 뿐이었다. 김 과장은 피로 때문에 착각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프로젝트 보고서는 그의 머리카락을 하나둘씩 회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그는 평소처럼 반주 한 잔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오컬트 현상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다. "스트레스는 때로 초자연적 현상을 경험하게 만든다"라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왔을 때, 그는 비웃으며 채널을 바꿨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미신이라고 생각했다.
새벽 3시 27분, 김 과장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피로감과 두통이 그를 침대에 못박았다. 그리고 천장에서 무언가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들어 천장을 보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음'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자신의 집이 어젯밤보다 더 어두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커튼을 모두 젖히고 창문을 열었지만, 실내는 여전히 어두웠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도 같은 현상이 계속됐다. 그의 책상 주변만 유독 어두웠다.
"김 과장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여자 동료가 물었다.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그는 대답했지만, 사실 지난 며칠간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였다. 그의 손가락 끝이 저리기 시작했고, 귀에서는 끊임없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점심시간, 회사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그는 자신의 그림자가 다른 사람들의 그림자와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그림자는 마치 자신만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라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날 저녁, 김 과장은 병원에서 받은 스트레스 검사 결과지를 다시 꺼내 읽었다. "장기간의 극심한 스트레스는 인지 기능 장애와 환각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그가 경험하고 있는 모든 초자연적 현상들은 그저 스트레스로 인한 환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예약했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는 순간, 그의 그림자가 벽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와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림자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환각이 아니야. 너의 스트레스가 나를 불러냈을 뿐이지. 인간의 의식이 닿지 않는 세계로부터."
다음 날 아침, 김 과장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동료들은 그가 갑자기 휴가를 냈다고 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그의 아파트에는 이제 두 개의 그림자가 함께 살고 있었다. 하나는 김 과장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가 열어준 문을 통해 이 세계로 들어온 무언가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