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요리사의 생존 레시피
내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건 파슬리를 다지던 칼이었다. 세상이 무너진 그날, 내 주방에서는 허브 향이 가득했고 밖에서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리사로서 15년. 미슐랭 스타를 받았던 내 레스토랑은 이제 지붕이 반쯤 무너진 폐허가 되었다. 바깥은 혼돈이다. 폭풍우처럼 몰아친 전염병과 그 뒤를 이은 약탈, 폭력의 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음식의 풍미를 논하지 않았다. 오직 생존만이 중요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요리한다. 내 칼은 이제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식재료를 써는 것과... 약탈자들을 막는 것.
"셰프, 오늘은 뭐예요?" 열두 살 소녀 민지가 묻는다. 그녀는 내가 거리에서 구한 아이들 중 하나다. 지금 이 폐허가 된 레스토랑에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산다.
"오늘은 특별해." 나는 미소짓는다. "가져온 것 좀 보여줄까?"
내 손에는 작은 천 주머니가 있다. 조심스럽게 풀자 아이들의 눈이 커진다. 씨앗이다. 상추, 토마토, 바질 씨앗. 이제는 황금보다 귀한 것들.
"우리... 정원을 만들 거야?" 민지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래, 옥상에. 햇빛도 좋고, 약탈자들 눈에도 잘 안 띄어."
내가 마지막으로 신선한 야채 샐러드를 만든 건 8개월 전이다. 아이들은 그 맛을 모른다. 통조림과 말린 고기, 겨우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연명해왔다. 하지만 요리는 단순한 영양분 섭취 이상이다. 요리는 희망이다. 요리는 인간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그날 밤, 우리는 옥상에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깨진 와인 병들을 재활용해 심었다. 물은 아껴서 줘야 했다. 모든 것이 귀했다.
세 번의 보름달이 지난 후, 첫 상추를 수확했다. 아이들은 환호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작은 녹색 잎을 입에 넣고 거의 울뻔했다. 쓴맛, 신선한 맛, 생명의 맛.
"이게 요리의 비밀이야," 내가 속삭였다. "재료를 존중하는 거야. 생명을 존중하는 거야."
다음 날 아침, 약탈자들이 왔다. 그들은 항상 냄새를 맡고 찾아온다. 무언가 살아있는 것, 가치 있는 것이 있다면. 내 칼은 다시 한번 요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싸움이 끝난 후, 피로 얼룩진 손으로 내 정원을 살폈다. 대부분 파괴되었지만, 몇몇 식물은 살아남았다. 민지가 조용히 내 옆에 섰다.
"괜찮아요," 그녀가 말했다. "다시 심으면 돼요. 씨앗 아직 있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세상은 요리와 같은지도 모른다. 재료를 선택하고, 자르고, 섞고, 열을 가하는 과정. 때로는 실패하고, 버리고, 다시 시작한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요리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우리의 마지막 정원에서 자라는 여린 싹처럼, 이 잿더미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