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와 이별: 맛의 기억
그가 떠난 날, 나는 그의 좋아하는 요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들었다. 파스타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는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슬픔보다 작았다. 주방에 퍼지는 바질과 마늘 향은 여전히 선명했지만, 그의 향기는 이미 집 안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토마토를 썰면서 손가락을 베었다. 붉은 피가 토마토 즙과 섞여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우리의 사랑에 쏟았던 정성과 그가 나에게 준 상처도 이렇게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양파를 써는 순간마다 눈물이 났다. 요리를 핑계로 흘리는 눈물은 슬픔을 위장하기 좋은 방패였다.
"네 토마토 파스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 그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내가 숟가락으로 소스를 건네면 그는 항상 눈을 감고 맛을 음미했다. 그의 감탄사는 언제나 내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하지만 오늘, 소스의 맛을 볼 사람은 나뿐이었다.
치즈를 갈면서 생각했다. 우리의 관계도 이렇게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렸다. 한때는 단단했던 것이 손쉽게 부서진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오일을 두른 팬에서 마늘이 노릇해지는 소리는 마치 우리가 나눴던 마지막 대화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
"더 이상은 못 하겠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간단했지만 치명적이었다. 요리법처럼 명료했다. 소스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우리의 문제도 결국 표면 위로 끓어올랐다.
파스타를 접시에 담았다. 완벽한 알 덴테였지만, 맛볼 사람은 나뿐이었다. 두 사람 몫의 재료로 만든 요리는 혼자 먹기에 너무 많았다. 마치 그와 함께 꿈꿨던 미래처럼. 테이블에 앉아 혼자 포크를 들었다. 첫 입을 먹는 순간, 놀랍게도 이전과 맛이 달랐다.
똑같은 재료, 똑같은 레시피였지만 맛이 달랐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요리의 맛은 함께 나누는 사람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슬픔의 소금과 상실의 후추가 내 요리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맛은 나쁘지 않았다. 다르기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접시를 씻으면서 문득 생각했다. 요리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재료를 다시 준비하고, 불을 다시 켜고, 새로운 맛을 찾아갈 수 있다. 마치 사랑처럼. 이별 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요리책을 펼쳤다.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나를 위한 요리를 하기로 했다. 팬에 기름을 두르는 소리가 내일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았다. 이별의 맛을 알았으니, 이제는 나만의 맛을 찾아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