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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요리

맛의 재회: 잊혀진 요리의 기억

고추장이 물에 풀리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스물다섯 년 만에 할머니의 부엌에 돌아온 나는, 그 소리에 어린 시절로 순간이동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렇게 저어야 덩어리가 안 생겨." 할머니의 목소리가 어깨너머로 들려왔다.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물론이다. 할머니는 5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내가 형식적인 안부 전화조차 거르던 그 시간들 동안, 할머니는 늘 이 부엌에서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부동산에서 받은 열쇠로 이 오래된 집에 들어섰다. 매각 전 정리를 맡은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냉장고에는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담근 고추장 항아리가 그대로 있었다.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지만, 발효식품의 묘미인지 향은 여전히 강렬했다.

서울에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셰프로 일하는 나는,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만들 줄 알지만 정작 할머니의 된장찌개 맛은 내 손끝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어쩌면 일부러 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가난했던 시골 생활, 할머니의 구식 요리법, 그리고 나를 키우느라 희생한 그녀의 인생이 내게는 부끄러운 과거였으니까.

고추장 항아리를 들고 망설였다. 버려야 할까? 손가락을 살짝 담그어 맛을 보았다. 짜고, 달고, 매운 맛이 혀끝을 타고 퍼지더니 눈물이 핑 돌았다. 이것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사랑이었다.

그날 밤, 나는 할머니의 낡은 레시피 노트를 발견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내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음식들이 쪽지와 함께 적혀 있었다. "우리 손자 돌아오면 해줄 요리들"이라는 제목 아래, 오래전 내가 좋아했던 모든 음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다음 날, 나는 미슐랭 레스토랑에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할머니의 오래된 부엌에서 그녀의 레시피를 하나씩 재현해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요리는 된장찌개였다. 물이 끓는 소리, 된장이 물에 풀리는 향, 그리고 애매하게 적힌 "적당히"라는 계량법과 씨름하며 나는 웃고 있었다.

세 번째 시도에서야 기억 속의 그 맛에 가까워졌다. 한 숟가락을 떠먹는 순간, 나는 다시 일곱 살이 되었다. 할머니와의 재회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요리를 통해, 맛의 기억을 통해, 그리고 그녀가 내게 남긴 사랑의 언어를 통해.

지금 나는 할머니의 집을 레스토랑으로 개조하는 중이다. 메뉴에는 특별한 이름이 붙을 것이다 - "재회". 도시의 화려한 요리가 아닌, 잊혀질 뻔했던 할머니의 손맛을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돌아가야 할 맛의 기억, 재회해야 할 누군가의 요리가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