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요리: 마지막 저녁식사
그가 떠나는 날, 나는 처음으로 완벽한 요리를 만들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나는 그에게 이런 음식을 매일 해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렇듯, 깨달음은 항상 너무 늦게 찾아온다.
부엌에 서서 양파를 썰며 눈물이 흘렀다. 양파 때문인지, 이별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식초와 설탕이 섞이는 소리가 냄비에서 지글거렸고, 고기가 달궈진 팬에 닿을 때 내는 '치이익' 소리는 그동안 우리가 나눈 말다툼처럼 날카로웠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며 생각했다. 우리의 관계에도 이렇게 적절한 균형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기, 앉아." 테이블에 음식을 차려놓으며 말했다. 그는 조용히 앉았다. 일 년 동안 매일 보던 그의 얼굴이 오늘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접시에 담긴 음식은 내가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 와인 소스에 졸인 안심 스테이크, 완벽하게 캐러멜라이즈된 양파, 알 든든 블랑쉬된 아스파라거스. 요리책에서 본 대로 완벽하게 재현했다.
"이런 걸 할 줄 몰랐네." 그가 첫 입을 먹고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동안 시도조차 안 했어." 내 대답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요리만이 아니었다.
식사는 조용히 진행됐다. 은근히 바라고 있었을까? 그가 음식 맛에 감동받아 마음을 바꾸리라고? 하지만 인생은 영화가 아니다. 맛있는 한 끼가 우리의 깨진 관계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그는 짐을 들고 문 앞에 섰다.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그가 말했다. 나는 미소로 답했다. 내 마음속에서는 이상한 평화가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끓여온 국물이 마침내 완성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이 닫히고, 나는 테이블을 정리했다. 음식을 담았던 접시들, 우리가 함께 쓰던 물건들. 모두 씻고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정성을 쏟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별 역시 마찬가지로, 함께했던 시간을 소중히 접어 간직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냉장고를 열어 남은 와인을 꺼냈다. 한 잔을 따르며 생각했다. 다음 식사는 누구를 위해 준비하게 될까? 아니면, 잠시 동안은 오직 나만을 위한 요리를 배워볼까? 유리잔에 비친 내 모습이 처음으로 온전히 내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