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게임: 레벨업의 함정
내 인생 최고의 실수는 'My Life™'라는 자기계발 게임 앱을 다운로드한 순간이었다. "당신의 현실을 게임처럼 성장시켜 보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날, 나는 몰랐다. 이것이 나를 어둠 속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앱은 간단했다. 자신이 성취하고 싶은 목표를 설정하면 게임 시스템이 그에 맞는 퀘스트를 생성해준다. 아침 6시 기상(+10 EXP), 30분 독서(+15 EXP), 1시간 운동(+20 EXP)... 모든 일상이 수치화되어 내 스마트폰 화면에 반짝였다.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느껴지는 짜릿한 성취감은 마약과도 같았다. 처음엔 주 3회 헬스장 방문이 목표였는데, 한 달 만에 매일 2시간씩 운동하고 있었다. 독서량은 주 1권에서 매일 100페이지로 늘었다. 내 삶이 180도 바뀌는 것 같았다.
손가락 마디가 저릿할 때까지 나는 퀘스트를 완료했다. 스마트워치와 연동된 앱은 내 심박수, 수면 패턴,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 트래킹했다. "감정 안정 상태 유지: 3시간 연속(+30 EXP)"이라는 알림이 뜰 때마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다크서클이 짙어지고 손목이 얇아졌지만, 레벨 50을 향해 달려가는 내 아바타는 점점 강해지고 완벽해졌다.
어느 비 오는 날, 헬스장으로 뛰어가던 중 미끄러져 발목을 삐었다. 스마트워치가 진동했다. "운동 퀘스트 실패: EXP -50, 연속 기록 초기화". 아픈 발목보다 화면 속 빨간 글씨가 더 고통스러웠다. 그날 밤, 열이 나고 몸이 떨렸지만, 나는 집 거실에서 무릎 푸시업을 했다. 아바타의 경험치 바가 채워지는 것을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밖에 나가서 좀 놀지, 요즘 좀비처럼 보여." 친구의 말에 나는 앱을 열어 '사회적 활동' 카테고리를 확인했다. 레벨 50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그런 퀘스트를 받을 단계가 아니었다. "다음에."라고 대답했다.
어느 새벽, 눈을 떴을 때 스마트폰이 보이지 않았다. 식은땀이 흘렀다. 베개 밑, 이불 속, 침대 아래까지 뒤졌지만 없었다. 그때였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본 것은. 마른 뺨, 충혈된 눈, 피폐해진 표정. 화면 속 완벽한 아바타와는 너무도 달랐다.
그날 오후, 나는 새 스마트폰을 샀다. 'My Life™'를 다시 다운로드하려던 순간, 옆 자리 카페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친구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화면에 떠 있는 앱 아이콘과 현실의 웃음소리 사이에서 나는 망설였다.
오늘 아침, 내 스마트폰엔 게임이 하나도 없다. 대신 창가에 놓인 화분의 새싹이 자라는 속도를 관찰하는 취미가 생겼다. 그 어떤 경험치도 쌓이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레벨업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