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의 덫: 스트레스의 그림자
눈을 떴을 때, 스마트폰 화면에는 자기계발 앱이 밤새 보낸 알림 62개가 붉은 점으로 누적되어 있었다. 류현우는 아직 이불 속에서 눈만 비비고 있는데, 이미 그의 하루는 실패로 시작되었다.
"오늘 4시 30분 기상에 실패했습니다. 성공률 37%로 하락했습니다." 앱이 차갑게 알려왔다. 현우는 쓰게 웃었다. 동기부여를 위해 다운로드한 앱이 이제는 그를 재판하는 판사가 되었다.
거실 책장에는 '하루 1%의 성장', '5시 기상이 인생을 바꾼다', '습관의 힘'과 같은 자기계발서들이 빼곡했다. 그것들은 모두 현우가 "더 나은 삶"을 위해 구입한 것들이었다. 책마다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었고, 책갈피와 포스트잇이 꽂혀 있었다. 완독한 책은, 사실 하나도 없었다.
아침 식사를 하며 현우는 다음 주 목표 달성표를 확인했다. 영어 단어 500개, 코딩 강의 10개, 헬스장 5회, 명상 매일 20분, 독서 3권... 메모장을 내려다보니 등 뒤로 차가운 땀이 흘렀다. 어제 그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를 비웃는 것 같았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현우는 이어폰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에 관한 팟캐스트를 들었다. "실패는 선택이다"라는 구절이 귓가에 박혔다. 옆자리 승객이 읽고 있는 신문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과도한 자기계발, 새로운 형태의 스트레스로 작용... 번아웃 증후군 증가."
회사 책상에 앉자마자 현우는 업무와 자기계발 사이에서 분주했다. 점심시간엔 식당 대신 빈 회의실에서 TED 강연을 보며 샐러드를 먹었다. 강연자는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현우의 마음은 어쩐지 공허함만 커져갔다.
퇴근 후, 헬스장에서 운동 세트를 마치며 현우는 문득 자신이 왜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 '행복'과 '성공'은 언제 오는 걸까? 트레드밀에서 뛰는 그의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자리인 사람.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현우는 우산도 없이 젖었다. 평소라면 옷이 젖은 것에 짜증을 냈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시원했다. 빗물이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동안, 현우는 오랜만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집에 도착해서 습관처럼 자기계발 앱을 열려던 그는 잠시 멈춰 섰다. 대신 그는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었다. 빗방울이 창틀에 부딪히는 소리, 젖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흙냄새,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 이 모든 것이 갑자기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날 밤, 현우는 모든 알림을 끄고 일기를 썼다. "오늘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것이 괜찮다고 느꼈다." 펜을 내려놓자, 어깨의 무거운 짐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았다. 내일은 어쩌면 자기계발서 대신,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소설책을 펼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