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고민: 거울 속에 비친 진실
처음으로 언니의 일기장을 훔쳐 읽은 날, 내 세계는 산산조각 났다. "유진이가 내 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까지 숨겨야 할지 모르겠다." 첫 페이지에 적힌 문장이 내 존재를 부정했다.
달걀 프라이 냄새가 부엌에서 올라오고, 엄마의 습관적인 기침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평범한 토요일 아침이었지만, 내 손에 쥐어진 분홍색 일기장은 무거운 진실을 품고 있었다. 나는 언니 방에서 빠져나와 내 침대 밑으로 일기장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 끝이 떨려왔다.
"유진아, 아침 먹어야지!" 엄마의 부르는 소리에 나는 기계적으로 응답했다. 식탁에서 언니 세연은 평소와 다름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나는 질문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을 감춰야 했다. '동생이 아니라니, 그럼 나는 누구지?'
열여덟 살과 열여섯 살, 우리는 언제나 닮았다고 했다. 같은 곱슬머리, 같은 웃음 소리, 같은 걸음걸이. 사진 속에서 우리는 완벽한 자매였다. 하지만 언니의 일기는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너 요즘 왜 그래? 고민 있어?"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며 언니가 물었다. 따뜻한 물이 내 손을 적셨지만, 내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없어." 짧게 대답하며 나는 언니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읽지 못하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장롱 거울 앞에 섰다. 내 얼굴과 언니의 얼굴,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겹쳐보았다. 언니는 아빠의 눈과 엄마의 코를 닮았다. 하지만 나는? 내 눈은 누구의 눈인지, 내 입은 누구의 입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일주일 동안 나는 언니의 일기장을 더 읽지 않았다. 대신, 집 안의 오래된 사진첩들을 뒤졌다. 내가 태어난 날의 사진, 돌잔치 사진, 유치원 입학식 사진. 그리고 발견했다. 내가 세 살 때까지의 사진이 없었다.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 내가 세 살 때 사진 어디 있어?" 저녁 식사 중에 나는 갑자기 물었다.
식탁 위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엄마와 아빠가 시선을 교환했고, 언니는 숨을 들이켰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아빠가 물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배어 있었다.
"그냥 궁금해서." 나는 무심한 척했지만,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날 밤, 언니가 내 방 문을 노크했다. 손에는 그 분홍색 일기장이 들려 있었다.
"이거 네가 읽었지?" 언니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는 한숨을 쉬며 내 옆에 앉았다.
"네가 세 살이 되던 해, 우리 옆집에 살던 언니가 병으로 딸을 잃었어. 그 아이가 바로 너였지. 부모님은... 그 언니가 너무 슬퍼하는 걸 보고... 널 입양하기로 결정했어."
내 귀에 언니의 말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의 진짜 부모님, 나의 출생, 내가 알지 못했던 진실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우리가 진짜 자매가 아니라고 생각해?" 언니가 내 손을 꼭 잡았다. "피보다 진한 게 있어, 유진아. 열두 해 동안 함께 자라온 우리의 기억들."
나는 언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항상 알고 있던 따뜻함이 있었다. 거울 앞에서 고민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누구의 눈을 닮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언니와 나는 같은 웃음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닮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