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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고백

재밌는 고백: 웃음과 진심 사이

"고백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은 척하는 거야." 선배의 조언이 내 귀에 맴돌았다. 그리고 여기, 교정 한복판에서 나는 이미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다. 벚꽃이 내 얼굴 위로 떨어지고, 콘크리트 바닥은 등을 차갑게 누르는데, 고백이란 게 왜 이렇게 황당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 시간 전, 나는 민지에게 고백하기로 결심했다. 대학 2년 내내 짝사랑했던 그녀에게 드디어 용기를 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 연애 상담을 했던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요즘 여자들은 식상한 고백에 지겨워해. 재밌게 고백해야 돼. 너같이 평범한 얼굴을 가진 녀석은 더더욱."

그리고 선배는 '죽은 척 작전'을 제안했다. "그녀가 놀라서 달려오면, 갑자기 일어나 꽃다발 건네며 '너 없인 살 수 없어'라고 말하는 거야. 웃음과 감동이 동시에 오는 완벽한 고백이지."

하지만 20분째 아무도 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학생들의 수군거림만 들릴 뿐이다. "저기 누워있는 사람 누구야?" "술 마시고 쓰러진 거 아냐?" "경비실에 신고할까?"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포기하려는 순간,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 속에 민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바보가... 정말 바보같이."

그녀의 숨소리가 가까워졌다. 민지는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제다! 일어나 준비해둔 꽃다발을 건네고 고백할 차례였다. 하지만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너 좋아해. 정말 좋아해. 근데 이렇게 죽은 척까지 하면서 고백할 거면... 그냥 거절할래."

민지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묻어있었다. 내 눈이 저절로 떠졌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내가 당황해서 물었다.

"너 친구가 다 불었어. 그리고... 숨 쉬는 사람이 그렇게 뻣뻣하게 누워있을 리가 없잖아."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민지가 내 손을 잡았다. "다시 제대로 고백해봐. 이번엔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날 밤, 우리는 캠퍼스 카페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첫 데이트를 했다. 때로는 가장 우스꽝스러운 실패가 가장 완벽한 시작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결국 고백이란 건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툴더라도 진심을 담아내는 용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