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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고민

출근길의 고민: 오늘도 나는 선택한다

마지막 버튼을 잠그는 순간, 오늘의 첫 번째 거짓말이 시작되었다. 거울 속 정장 차림의 나는 완벽해 보였지만, 그 아래 숨겨진 진실은 달랐다. 오늘도 나는 출근한다. 아니, 출근하는 척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옆집 아저씨는 늘 같은 시간, 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 역시 그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우리는 서로의 비밀을 모른 채 매일 같은 인사를 나눈다. 그도 어디론가 향하는 척하는 건 아닐까? 문득 그런 고민이 들었다.

지하철은 언제나처럼 사람들로 가득했다. 출근길의 냄새는 독특하다. 갓 씻은 비누향, 아침에 서둘러 바른 향수, 그리고 모두가 품고 있는 각자의 고민들. 나는 그들 사이에 섞여 익명성을 즐겼다. 누구도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묻지 않는다. 지하철은 질문 없이 모두를 태워 나른다.

핸드폰을 꺼내 팀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외부 미팅이 있어 늦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거짓말이다. 첫 번째는 정장을 입는 행위, 두 번째는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었다. 몇 개월 전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로, 나는 매일 이런 거짓말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들에게는 여전히 회사원인 척하고, 빈 통장에는 매달 적금을 해지해 입금해둔다.

카페에 들어섰다. 오늘의 사무실이다. 노트북을 꺼내고 이력서를 다시 들여다본다. 몇 번의 면접, 몇 번의 거절. 나이 마흔에 새로운 시작이 이토록 어려울 줄은 몰랐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쓴맛은 내 현실과 닮아있다.

옆자리 취준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네, 이번 주말에 면접 준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엄마." 그의 목소리에서 나와 같은 거짓말의 흔적을 발견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 같은 고민을 품고 있다.

오후 세시, 평소 퇴근 시간보다 일찍 집으로 향한다. 오늘 지원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또 다시 "적합한 인재를 찾았다"는 메일.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집에 도착하기 전, 슈퍼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산다. 출근한 사람처럼 지친 표정을 지어본다.

"오늘 어땠어?" 현관문을 열자 아내가 묻는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평소와 같았어. 특별한 건 없었어." 오늘의 마지막 거짓말이다.

저녁 식탁에서 딸이 말한다. "아빠, 나 진로 고민돼." 나는 침착하게 대답한다. "인생은 길어. 너무 고민하지 마."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그녀에게 거짓말하고 있지 않았다. 모든 출근길과 모든 고민에도 불구하고,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다시 선택할 것이다. 거짓 출근길이 아닌,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