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고민: 입지 않는 옷들의 무게
미나는 열여덟 번째로 옷장 앞에 섰을 때, 그제야 자신이 병들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태그들이 아직 떼어지지 않은 채 걸려 있는 옷들이 그녀를 조롱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주에 입을 거야, 꼭."
그녀는 매번 그렇게 약속했지만, 새 옷들은 항상 옷장 속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손끝으로 부드러운 캐시미어 스웨터를 쓸어내리자 정전기가 손가락을 따끔거렸다. 그녀의 월급 절반이 들어간 디자이너 원피스는 아직도 보호 비닐에 싸여 있었고, 세 번의 계절이 지났는데도 한 번도 햇빛을 보지 못했다.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또 다른 패션 앱의 할인 알림이었다. '단 하루! 전 상품 70% 할인'. 미나의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앱을 열고, 쇼핑 카트에 담고, 결제 버튼을 누르는 일련의 과정은 이제 반사적이었다. 그녀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짧은 도파민의 파도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쩐지 그 파도가 너무 짧고 얕게 느껴졌다.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또 다른 택배였다. 문을 열자 갈색 상자 너머로 택배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또 옷이에요?" 기사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판단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이 담겨있었다.
미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네..."
"하루에 한 번은 꼭 오게 되네요, 이 주소로."
기사가 떠난 후, 미나는 상자를 열지 않은 채 나머지 미개봉 상자들이 쌓여있는 방 한켠에 던져두었다. 소셜 미디어를 열었다. 인플루언서들의 완벽한 코디, 매일 새로운 옷을 입은 모습들이 화면을 채웠다. 그녀는 또다시 스크롤을 내렸다.
그날 밤, 미나는 악몽을 꿨다. 수많은 옷들이 살아나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왜 나를 선택했는데 입지 않니?" "너는 나를 원하지 않았니?" 옷들이 속삭였다. 그녀는 숨이 막혀 깨어났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결심했다. 모든 옷장을 열고, 모든 상자를 풀어보았다. 그리고 미나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했다. 그녀에게는 365일 동안 매일 다른 옷을 입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의 옷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대부분을 단 한 번도 입지 않았다.
미나는 그날 처음으로 쇼핑 앱들을 모두 삭제했다. 대신 자선단체에 연락했다. 그리고 백 벌의 옷을 골라 기부했다. 옷들을 포장하면서, 그녀는 각 옷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길 바라." 그녀는 속삭였다.
택배기사가 기부할 옷들을 가지러 왔을 때, 미나는 처음으로 부끄러움 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잤다. 꿈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진짜 스타일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더 이상 트렌드를 쫓지 않는, 자신만의 패션을 향한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