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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고민

호러의 방: 그 고민의 정체

벽이 내 고민을 듣고 있다. 이사 온 첫날부터 눈치챘다. 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걱정들이 벽지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처음엔 기분 탓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화장실 거울에 '네 걱정은 이제 내 것이야'라는 글귀가 서리처럼 맺혀 있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복도를 걸을 때마다 목 뒤로 차가운 숨결이 느껴진다. 바닥에서는 누군가 걷는 소리가 들리고, 밤이면 천장에서 무언가 긁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따로 있다. 매일 밤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 "네 고민을 더 들려줘."

어제는 승진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그러자 오늘 아침, 상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축하해, 승진이야." 이상했다.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며칠 전에는 옆집 시끄러운 개가 신경 쓰인다고 투덜거렸더니, 다음 날 그 개는 실종되었다. 내가 고민을 말할 때마다, 현실이 변했다. 정확히는, 내 마음대로 바뀌었다.

처음엔 기뻤다. 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으니까. 전 여자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더니, 다음 날 그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공허했고, 말투는 어색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를 조종하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욕실 타일 사이로 검은 곰팡이가 자라나는 것을 발견했다. 가만히 보니 그것은 움직였다. 곰팡이는 천천히 글자 모양을 형성했다. "더 많은 고민을 원해." 순간 깨달았다. 이 집은 내 고민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내 고민이 현실이 되는 대가로, 무언가를 가져가고 있었다.

거울을 보니 내 눈동자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손톱은 회색으로 변했고, 피부는 종이처럼 얇아졌다. 나는 집에 먹히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그러나 벽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천장에서는 시커먼 액체가 떨어졌다. 집 전체가 요동치며 항의했다. "고민해. 더 걱정해. 내게 먹을 것을 줘." 마치 굶주린 짐승 같았다.

결국 나는 마지막 고민을 말했다. "이 집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침묵. 그리고 집 전체가 웃음을 터뜨리는 듯한 낮은 진동. 내 목소리는 이제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벽 안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는 내 방, 그 안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고민으로 가득했다. 이제 이 집은 새로운 먹이를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