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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게임

화장품 게임: 너의 피부, 나의 시뮬레이션

미소는 새벽 세 시, 액정 화면에서 빛나는 '퍼펙트 스킨' 앱을 응시하며 타액을 삼켰다. 이번 시즌 랭킹 1위에 올라 '피부 여신' 칭호를 획득하기 위해선 겨우 몇 포인트가 더 필요했다. 화면 속 가상 얼굴은 그녀의 것과 완벽히 일치했지만, 게임 속 피부는 현실보다 열 배는 더 완벽했다.

"제한 시간 10초 안에 멜라닌 색소 침착을 막는 성분은?" 게임이 질문을 던졌다. 미소의 손가락이 번개처럼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선택했다. 정답. 포인트가 쌓였다.

세 달 전, 대형 화장품 기업 '비올라'가 출시한 이 게임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휩쓸었다. 사용자의 얼굴을 스캔해 가상 아바타를 생성하고, 화장품 성분 퀴즈를 통해 포인트를 모아 제품을 구매하는 시스템이었다. 랭킹이 올라갈수록 더 희귀한 제품에 접근할 수 있었고, 최상위 1%만이 '제로 포어' 라인에 도달할 수 있었다.

미소는 이 게임에 모든 것을 걸었다. 화장품 성분표를 외웠고, 24시간 알림을 켜놓았으며, 심지어 대학원 논문 제출일도 미룰 정도였다. 그녀의 방은 반쯤 사용한 화장품들로 가득했다. 한 번도 개봉하지 않은 패키지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다음 중 피부 장벽을 회복시키는 성분이 아닌 것은?"

미소의 눈이 번쩍였다. 세라마이드, 판테놀, 마데카소사이드, 레티놀. 레티놀은 피부 장벽 회복이 아닌 턴오버를 촉진하는 성분이었다. 그녀는 주저 없이 선택했다.

화면이 반짝였다. "축하합니다! 피부 여신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Zero Pore Ultimate' 구매 자격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미소는 전율했다. 드디어, 그토록 갈망하던 최상위 제품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계좌에 남은 금액이 거의 바닥났지만, 상관없었다.

일주일 후, 택배가 도착했다. 미소는 검은색 벨벳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내부의 금박 포장지를 걷어내자,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미소의 휴대폰이 울렸다. 비올라 앱에서 알림이 왔다. "피부 여신님,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제 게임을 졸업하셨습니다. Zero Pore Ultimate는 실존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완벽함이란 결국 허상이기 때문이죠. 당신의 3년간의 구매 데이터는 저희의 마케팅 알고리즘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소는 천천히 거울 앞에 섰다. 화면 속 완벽했던 자신의 피부는 온데간데없고, 게임에 집착하며 밤새던 날들이 남긴 다크서클과 주름만이 가득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필터 없는 자신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한결 자유로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쌓여있던 화장품들을 하나씩 쓰레기통에 버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제품을 버리며, 미소는 자신의 휴대폰에서 '퍼펙트 스킨' 앱을 영원히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