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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고백

화장품 고백: 너에게 바르는 진심

거울 속 여자는 내가 아니었다. 화장품으로 만든 가면을 쓴 채 내 본래 얼굴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린 듯했다. 파운데이션으로 덮은 내 결점들, 컨실러로 가린 내 진실들, 하이라이터로 강조한 내 거짓된 자신감. 오늘도 나는 완벽한 얼굴을 그려 넣으며 시작했다.

"정은아, 오늘 특별한 날이라며? 많이 긴장돼?" 사무실에 들어서자 동료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서울 지사에서 중요한 바이어가 온다. 그리고 그가 온다. 내가 3년 동안 마음에 품었던 디자인팀의 강현우. 화장품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나와는 달리, 그는 항상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나의 두꺼운 화장과는 대조적으로.

화장대 앞에서 보낸 시간은 매일 아침 한 시간. 파운데이션 두 번, 쿠션으로 마무리, 음영 메이크업으로 입체감을 살리고, 아이라인은 또렷하게. 립스틱은 오늘만큼은 도발적인 레드. 거울 속의 완벽한 나를 보며 만족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는 항상 "자연스러움이 제일 예쁘다"고 말했으니까.

회의실에 들어서자 그가 내게 미소를 지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오늘은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날. 화장품으로 무장한 용기를 빌려 그에게 다가갈 생각이었다.

"정은 씨, 오늘 발표 준비 다 됐어요?"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네, 준비됐습니다." 립스틱이 묻은 커피잔을 들며 긴장을 숨겼다.

발표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를 뜬 후에도, 그는 남았다. 이제 우리 둘뿐이었다.

"현우 씨, 할 말이 있어요." 내 입술이 떨렸다.

"저도요." 그가 내 앞에 앉았다.

"저... 제가 먼저 말해도 될까요?"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은 씨, 혹시... 화장 안 한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뭐라고? 내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화장을 지우라고? 내 반쪽짜리 용기는 립스틱과 함께 흩어졌다.

"왜요?" 겨우 이 말만 나왔다.

"정은 씨의 진짜 모습이 보고 싶어서요. 매일 다른 화장품 뒤에 숨은 정은 씨가 아니라, 진짜 정은 씨를."

내 손이 떨렸다.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완벽한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클렌징 오일을 손에 덜어냈다. 한 번도 그에게 보여준 적 없는, 화장 없는 얼굴. 조금씩 지워질 때마다 내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잡티, 주근깨, 여드름 자국, 그리고... 날 것 그대로의 내 눈빛.

회의실로 돌아가자 그가 벌떡 일어났다. 맨 얼굴의 나를 본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다.

"예뻐요."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드디어 만났네요, 진짜 정은 씨."

눈물이 고였다. 화장품으로 위장한 거짓된 용기가 아닌, 날것의 감정이 흘러나왔다.

"저... 현우 씨를 좋아해요." 마침내 입을 뗐다.

그가 미소 지었다. "알아요. 정은 씨의 화장품 파우치에 매일 새 립스틱이 있을 때마다, 저를 볼 때마다 달라지는 아이섀도 컬러를 볼 때마다 알았어요."

그날 밤, 화장대 앞에 앉아 모든 화장품을 정리했다. 이제 더 이상 가면이 필요 없었다. 화장품에 고백하듯 속삭였다. "고마워, 그리고 이제 안녕." 거울 속에는 비로소 진짜 나의 미소가 맑게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