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스트레스의 블랙홀
모니터에 반사된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나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형광등 불빛 아래 창백해진 피부, 생기를 잃은 눈동자, 그리고 어느새 깊게 파인 법령선이 36살의 내 얼굴에 45살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회사 엘리베이터는 매일 아침 나를 지옥으로 데려갔다. 삼십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금속 벽에 비친 내 모습은 점점 작아지고, 숨은 빨라지며,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해졌다. 도착을 알리는 '딩' 소리는 사형 집행 직전의 종소리처럼 들렸다. 초침이 돌 때마다 마감은 다가오고, 상사의 차가운 시선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등을 찔렀다.
"김 대리, 이번 프로젝트 언제까지 끝낼 수 있나?" 과장님의 질문은 언제나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것은 '더 빨리 하라'는 명령이었다. 내 입에서 나온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은 내가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점심시간, 회사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시간은 12시 15분, 남은 시간은 15분. 짧은 자유의 시간마저 시계에 묶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 삶은 회사 시계에 맞춰 돌아가는 톱니바퀴 한 개에 불과했다.
그날 밤, 나는 악몽을 꿨다. 거대한 회색 건물 안에서 끝없는 계단을 오르는 꿈이었다. 계단은 영원히 이어졌고, 내 발은 납처럼 무거워졌다. 식은땀에 젖어 깨어났을 때, 핸드폰 알림은 이미 새벽 3시의 업무 메일을 알려주고 있었다.
일주일 후, 의사는 내게 스트레스성 고혈압 진단을 내렸다. "이대로 가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의사의 말은 귓가를 울렸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다음 날 회의 자료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날 밤, 회사 건물 앞에 서서 불이 켜진 창문들을 바라봤다. 마치 수백 개의 감옥 창문 같았다. 그중 서른 번째 층, 오른쪽에서 세 번째 창문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내 사무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문득 옆자리 노인의 손을 보았다. 주름진 손가락 끝에는 아무런 굳은살이 없었다. 그는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그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속 무언가가 움직였다. 마치 오랫동안 얼어있던 호수의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 같았다. 나는 깨달았다. 회사라는 블랙홀이 내 인생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도록 허락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오랜만에 내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그리고 회사 대신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향했다. 노트북을 열고 내가 그토록 쓰고 싶었던 사직서의 첫 줄을 적었다. 창밖으로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박수 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