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고백: 16가지 방식의 사랑
그녀는 완벽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이 순간을 리허설했다. 마음을 고백하는 문장의 어순까지 계산된 상태였다. INTJ 성향의 민지는 이런 불확실한 상황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실패 확률은 36.7%, 그녀가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성공률은 그럭저럭 합격점이었다.
"혹시... MBTI 물어봐도 될까?" 마침내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민우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웃었다. "ENFP야. 근데 갑자기 왜?"
민지는 마음속으로 환호했다. 그녀의 INTJ와 민우의 ENFP는 황금 조합이라고 인터넷에서 봤다. 이건 운명이었다. 계획대로 진행하자. 심호흡을 했다.
"연구에 따르면 INTJ와 ENFP의 궁합이 좋대. 논리적으로 생각해봤는데... 우리 사귀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결론 내렸어."
공기가 얼어붙었다. 민우의 표정이 굳었다.
"나... 사실 ENFP 아니야."
민지의 머릿속 알고리즘이 오류를 일으켰다. "뭐?"
"원래 INFP인데, 주변 사람들이 내가 너무 조용하다고 해서... 요즘은 그냥 ENFP라고 해. 그게 더 인기 있잖아."
자료가 틀렸다. 모든 계산이 무의미해졌다. 민지는 손바닥에 땀이 차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온전한 문장을 만들 수 없었다.
"그럼... 우리는 맞지 않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또 장난쳤네. 사실 MBTI 같은 거 한 번도 안 해봤어. 네가 관심 있어하니까 나중에 같이 해볼까?"
민지는 혼란스러웠다. 계획에 없던 변수였다. 완벽했던 시나리오가 무너졌다.
"근데 네가 나 좋아한다는 건 알겠네." 민우가 쿡쿡 웃었다.
"아..." 민지는 얼굴이 빨개졌다.
"난 네가 마음에 들어. PQRS든 ABCD든 상관없이." 민우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그렇게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것도 좋아해. 근데 가끔은 계획 없이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민지는 말문이 막혔다. 인생 처음으로 그녀의 논리가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럼... 우리 사귀는 거야?" 민지가 물었다.
"그게 최적의 선택이라면." 민우가 윙크했다.
그날 밤, 민지는 MBTI 테스트 결과를 노트북에서 지웠다. 때로는 16가지 성격 유형보다 한 사람의 미소가 더 정확한 답을 알려준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