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요리사전: 당신의 유형은 어떤 맛인가요?
요리학원 로비에 붙은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당신의 MBTI로 알아보는 최적의 요리 스타일!" 마케팅의 새로운 저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그 포스터 아래 설치된 태블릿으로 향했다. 질문들에 대답하자 화면이 밝게 빛나며 결과를 보여줬다. "INFP: 당신은 감성 요리사입니다. 정확한 레시피보다는 직관과 느낌으로 요리하며, 각 재료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코웃음 치며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날 밤 주방에 서서 토마토 하나를 손에 들었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그 토마토가 스페인의 어느 농장에서 자랐을 모습, 햇빛을 받으며 붉게 무르익었을 순간들이 상상되었다. 칼을 대기 전, 처음으로 그 토마토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미쳤나 싶었지만, 그날 만든 토마토 수프는 내가 이제껏 만든 어떤 요리보다 맛있었다.
다음 날, 호기심에 다시 그 학원을 찾았다. "ESTJ형은 미리 모든 재료를 정확히 계량해 놓고 시작하는데, 당신은 요리하다 영감이 떠올라 냉장고를 뒤지는군요." 원장 김 씨가 내 조리대를 지나며 말했다. 그의 관찰력에 놀랐다. "어떻게 알았죠?" 그는 웃으며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사람들이 요리하는 방식은 그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라고 답했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나는 다른 유형의 요리 스타일도 관찰하게 됐다. ENTJ 남자는 주방을 작은 군대처럼 운영했고, ISFP 여학생은 접시 위에 음식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 배치했다. 처음엔 웃음거리였던 것이 이제는 매일의 발견이 되었다. 특히 내 옆자리의 ENTP 여자는 계속해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라며 기존 레시피를 뒤엎고 있었다.
한 달 후, 학원의 졸업 작품 발표회 날이었다. 각자의 MBTI에 맞는 요리를 선보이는 날이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토마토와 대화하는 수프"라는 이름의 요리를 내놓았다. 심사위원들은 처음에는 의아해했지만, 한 입 먹고는 표정이 변했다. "각 재료의 본질을 끌어낸 요리군요," 한 심사위원이 말했다.
발표회가 끝나고 김 원장이 내게 다가왔다. "MBTI가 단순한 성격 분류를 넘어서,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 보여주는 거라면... 요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재료와 어떻게 관계 맺느냐가 결국 맛을 결정하니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러 쇼핑 카트를 채우며 생각했다. 당근, 양파, 버섯... 이제 이들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들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 요리는 재료와의 대화이고, 우리의 성격은 그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나가는지 결정한다는 것을. 집에 도착해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 있는 모든 재료가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오늘은 어떤 대화를 나눌까요, INFP 요리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