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재회: 달콤한 기억의 맛
곰팡이 핀 천장을 바라보며 민수는 자신의 인생이 언제부터 이렇게 무미건조해졌는지 생각했다. 맛을 잃은 인생, 그것은 마치 오래된 과자처럼 바삭거림도 달콤함도 없었다.
출장 길에 오른 그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무심코 과자 코너에 들렀다. 그때였다. 오랫동안 단종된 줄 알았던 '별빛 초코칩' 과자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손이 저절로 뻗어나갔다. 포장지를 만지는 순간, 손끝에서 전율이 일었다.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리가 20년 전의 기억을 불러왔다.
"이거 아직도 팔아요?" 계산대에서 민수가 물었다.
"새로 나온 거예요. 복각판이라고 하나? 인기가 좋아서 다시 출시했대요."
차 안에서 조심스레 포장을 뜯자, 과자 특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첫 입에 넣는 순간,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바삭한 식감과 함께 녹아내리는 초콜릿. 그것은 단순한 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을 건너온 메신저였다.
중학교 3학년, 전학 온 소녀 지은이가 건넸던 과자. "이거 먹어봐. 우리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거야." 그때 처음 먹었던 별빛 초코칩. 그리고 지은이와의 짧고 서툴렀던 첫사랑.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지은이는 다시 이사를 갔고,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
휴게소를 나와 다시 고속도로에 오르며, 민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검은 단발머리, 웃을 때마다 생기던 보조개.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목적지에 도착한 민수는 회의실로 향했다. 발표를 위해 프로젝터를 준비하던 중,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A사의 지은입니다. 오늘 미팅 파트너가 될..."
시간이 멈췄다. 그녀는 조금 더 성숙해졌지만, 웃을 때 여전히 보조개가 생겼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도 민수를 알아보았다.
"혹시... 민수 아니야?"
회의가 끝나고 그들은 카페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민수가 휴게소에서 사 온 별빛 초코칩 과자 한 봉지가 놓여있었다.
"이거 기억나?" 민수가 물었다.
지은이는 과자를 바라보다 환하게 웃었다. "어떻게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맛을 잊을 수가 없었어."
그녀는 과자 하나를 입에 넣고 눈을 감았다. "정말 그때 그 맛이네."
민수는 깨달았다. 인생에서 잃어버렸던 맛은 단지 과자의 맛이 아니었다. 그것은 설렘이었고, 기대였으며, 처음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이제 다시 찾은 그 맛은, 오래된 과자처럼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출시된 과자처럼 신선했다. 그들은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같은 과자를 나눠 먹으며, 달콤함의 의미를 다시 배워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