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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학교

시간의 복도: 재회가 기다리는 학교

벽시계의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교실의 먼지가 빛 속에서 반짝였다. 스물다섯 번째 동창회 초대장을 받고 15년 만에 모교를 찾은 날, 나는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누군가 교실 문을 열었을 때, 녹슨 경첩 소리가 과거의 문을 함께 열어젖혔다. 그곳에 서 있던 건 민지였다. 고등학교 시절 내 짝이자, 내가 끝내 고백하지 못했던 첫사랑.

"아직도 이 자리에 앉아 있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옛날에도 항상 창가 자리에 앉아서 하늘만 보고 있었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교복 대신 우아한 원피스를 입었지만, 눈가에 맺히는 웃음은 열일곱 때와 같았다. 칠판에는 지워지지 않은 분필 자국이, 창문에는 햇빛에 바랜 오래된 커튼이 우리의 재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미안해, 그때 갑자기 전학 간다고 말도 없이..." 내 말을 그녀가 손짓으로 끊었다.

"알아. 다 알게 됐어. 너희 아버지 사업 실패하고 야반도주했다는 소문. 모두가 그렇게 말했지만, 난 네가 이유가 있을 거라 믿었어."

창문 너머로 운동장이 보였다. 그날 밤 폭우가 쏟아지던 운동장을 혼자 뛰어가던 기억이 선명했다. 민지에게 작별 인사도 못하고 떠나야 했던 열일곱의 나는 죽고 싶을 만큼 슬펐다.

"이거..." 그녀가 낡은 봉투를 건넸다. 열어보니 내가 그녀에게 전하지 못했던 편지가 있었다. 내 서랍에 넣어두었던 그 편지.

"어떻게 이걸..."

"네가 갑자기 사라진 다음 날, 청소 당번이 네 책상을 정리하다 발견했대. 반장이었으니까 나한테 맡겼지. 열어보지 않았어... 15년 동안."

시간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칠판에 남은 수학 공식들, 창가에 놓인 마른 화분, 우리 둘 사이의 공기까지도 15년 전 그대로였다.

몇몇 동창들이 복도에서 떠들며 지나갔다. 곧 강당에서 동창회가 시작된다는 방송이 울렸지만,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읽어볼래?" 내가 물었다.

민지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이미 여기 있잖아."

그녀가 책상 위에 손을 올렸을 때,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학교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시간의 주름이란 것을. 그리고 재회란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새로운 시작이란 것을.

밖에서는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15년 전 그날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둘 다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완성으로 남았던 그 문장의 마침표를 함께 찍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