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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이별

이별의 씨앗, 재회의 꽃

열차가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창밖 풍경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7년 만의 귀향길, 나는 이 도시에 그녀를 묻어두고 떠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 안에 그녀를 고스란히 데리고 다녔던 것이다.

서울역 플랫폼에 발을 내딛는 순간 겨울의 찬 공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사람들 사이로 터벅터벅 걸으며 마주한 전광판의 시간은 오후 2시 17분. 우리가 마지막으로 이별했던 그 정확한 시간이었다. 운명이란 때로는 이토록 조롱하듯 정확하다.

"시간 참 잘 지키네."

귀에 익은 목소리에 돌아보니, 커피 두 잔을 든 채 그녀가 서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살짝 올라간 입꼬리, 7년 전 그대로였다. 아니, 더 깊어진 눈매에는 이전에 없던 단단함이 서려 있었다.

"기다린 지 얼마나 됐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7년." 그녀는 웃으며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맞춤법처럼 정확하게."

우리는 한때 사랑했고, 한때 이별했다. 이별의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더 넓은 세상으로, 그녀는 이 도시에 뿌리내리기로 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한다며 나눈 슬픈 포옹이 마지막이었다.

카페에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꿈꾸던 출판사를 차렸고, 내가 떠난 뒤 한동안은 힘들었지만 점차 자신만의 삶을 일궜다고 했다. 그녀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담담함이 내 가슴을 아프게 쿡쿡 찔렀다.

"네 소식은 계속 들었어." 그녀가 말했다. "해외 특파원으로 성공한 네가 자랑스러웠어."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얀 눈송이들이 도시의 회색을 덮어가는 모습이 마치 지난 시간을 지우는 것 같았다.

"왜 연락했어?" 결국 물어야 했던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가방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표지에는 내가 그녀에게 썼던 편지들이 모티브가 된 소설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녀가 출판한 첫 번째 책이었다.

"이별도 결국은 관계의 한 형태니까. 우리의 끝이 누군가에게는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책을 넘기는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내 손가락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후회도, 미련도 아닌 다른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함께 거리를 걸었다. 7년 전 이별했던 그 공원까지. 눈 덮인 벤치에 나란히 앉은 우리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끔은 완벽한 이별이 더 완벽한 재회를 위한 준비일지도 모른다. 눈송이처럼 우연히 내린 오늘의 만남이,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