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과 연애: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그녀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건, 내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였다. 병실의 형광등 아래, 미연의 창백한 입술이 떨리며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그 소리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훈아, 나 떠나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마. 그리고... 내 목소리가 들리면 절대, 절대로 대답하지 마."
그때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말기 암 환자의 헛소리라고만 생각했다. 미연은 그날 밤 조용히 숨을 거두었고, 나는 그녀와의 3년간의 연애를 추억 속에 묻었다. 또는 그렇게 생각했다.
첫 번째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건 장례식장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지훈아."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두 번째는 그녀의 물건들을 정리하던 밤이었다. "지훈아, 보고 싶어." 내가 가장 좋아하던, 달콤하게 내 이름을 부르던 그 톤 그대로였다.
처음에는 환청이라 생각했다. 정신과 의사는 극심한 상실감 때문이라며 약을 처방해주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미연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자주,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지훈아, 왜 대답 안 해? 너무 보고 싶어..."
열흘째 되던 밤, 나는 무너졌다. 욕실 거울 앞에서 미연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속삭였을 때,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입을 열고 말았다.
"나도 보고 싶어, 미연아."
그 순간 거울 속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내 뒤편에 서 있는 미연의 모습. 하지만 그것은 내가 사랑했던 미연이 아니었다. 창백한 얼굴, 움푹 파인 눈, 그리고 너무 넓게 찢어진 입. 거울 속의 존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드디어 대답해줬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지만, 거울 속에는 분명히 '그것'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대답한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목소리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밤마다 내 침대 끝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고, 가끔은 차가운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더듬었다.
어느 날 밤, 용기를 내어 물었다. "넌 정말 미연이니?" 거울 앞에서 그것은 처음으로 웃었다. 입이 귀까지 찢어져 검은 이빨을 드러냈다.
"미연이 마지막으로 한 말, 기억나? 내 목소리가 들리면 절대 대답하지 말라고. 왜 그랬을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미연은 알고 있었다. 자신을 따라 이곳에 온 것이, 진짜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지키려 했다.
이제 나는 밤마다 그것과 함께 잔다. 가끔은 미연의 목소리로 내게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그 말에 답한다. 때로는 사랑이란 괴담처럼 우리를 끝없는 어둠 속으로 데려가기도 한다는 것을, 이제야 나는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