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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이별

연애의 끝, 이별의 시작: 우리가 쓰는 마지막 장

첫 문자가 도착한 건 이별을 고한 지 정확히 백 일 째 되는 날이었다. "보고 싶어." 두 글자에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백 일 동안 내가 지웠던 그의 흔적들이 스마트폰 화면 속 작은 글씨체로 되살아났다.

우리의 연애는 늘 타이밍이 어긋났다. 그가 뜨거울 때 나는 차갑고, 내가 간절할 때 그는 무심했다. 사랑의 온도차가 결국 우리를 이별로 이끌었다. 헤어지던 날, 카페의 에스프레소처럼 쓰디쓴 공기가 우리 사이를 가득 메웠다. 창문 너머로 내리는 비는 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대신해주는 것 같았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라는 마지막 약속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그런데 백 일 만에 그 약속을 깨는 것도 나였다.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다. "지금 어디야?"

우리가 처음 만났던 한강공원 벤치에 그가 앉아 있었다. 가을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흩트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 그는 웃지도, 인사하지도 않았다. 그저 옆자리를 툭툭 치며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 익숙한 침묵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여기." 그가 건넨 것은 작은 상자였다. 열어보니 우리가 함께 찍었던 사진들과 내가 그에게 썼던 편지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제 정말 끝내려고."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이별은 때로 연애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헤어진 후에도 서로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떠나지 못했다. 그날 밤, 우리는 함께 걸었다. 말없이, 그저 나란히. 손을 잡지도, 어깨가 닿지도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난 네가 먼저 연락할 줄 알았어." 내가 말했다.

"난 네가 절대 연락 안 할 줄 알았어." 그가 웃었다.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 각자의 이별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가끔은 완벽한 이별을 위해 마지막 만남이 필요한 법이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서로의 빈자리를 인정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그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이제 정말 안녕." 그리고 그의 번호를 삭제했다. 때론 연애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배우게 된다. 그것은 놓아주는 법, 그리고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법.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계절은 변했고, 우리도 변했다. 하지만 내 안의 작은 방 한 켠에, 우리의 연애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영원한 이별 속에 영원한 만남이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