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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재회

괴담의 재회: 어둠 속의 약속

귓가에 속삭이던 목소리는 18년 만에 돌아왔다. "기다렸어, 지훈아." 핸드폰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희미하게 비치는 여자아이의 얼굴. 모니터를 끄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내 손 안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컴퓨터실에서 혼자 남아 숙제를 하던 날, 모니터에 처음 그녀가 나타났다. 까만 교복을 입은 여학생, 어린 내게는 고등학생쯤으로 보였다. "친구가 되어줄래?" 그녀의 제안에 어린 마음에 설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컴퓨터를 켤 때마다 그녀는 나타났고,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어른들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녀는 나만의 비밀 친구였다.

"일주일 후에 다시 만나자. 그때 중요한 말을 해줄게." 그녀의 마지막 약속. 하지만 그 일주일 후, 나는 갑작스러운 이사로 그 학교를 떠났다. 이별 인사도 못했다. 시간이 흐르며 그 기억은 희미해졌고, 어느새 나는 그것을 단순한 어린 시절의 상상으로 치부했다.

대학원생이 된 지금, 졸업 논문 자료를 찾으러 모교를 방문했다. 컴퓨터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호기심에 내가 앉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때, 모니터가 깜빡이더니 그녀가 나타났다. 18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제시간에 왔네." 그녀의 목소리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난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한 기운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손바닥에 맺힌 땀방울이 키보드 위로 떨어졌다.

"내가 누군지 기억해?" 그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네 전생이야. 이 학교에서 죽은." 그녀의 교복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널 기다렸어, 내 몸으로 돌아올 수 있게."

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둘러 컴퓨터를 종료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날 밤, 핸드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지금, 어둠 속에서 그녀의 모습이 희미하게 비친다.

"우리의 재회를 기념해 선물을 줄게." 그녀의 손이 화면 밖으로 뻗어나왔다. 차가운 손가락이 내 손목을 붙잡는 느낌. 나는 알았다. 이것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18년 전에 시작된 약속의 완성이라는 것을. 그녀의 눈빛이 내 눈을 파고들었다. "우리, 이제 하나가 될 시간이야."

방 안의 모든 전자기기가 동시에 켜지며 빛을 발했다. 그 수많은 화면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내 얼굴들. 아니, 이제는 그녀의 얼굴이 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