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연애: 생과 사를 가르는 사랑
그녀가 내 방에 나타났을 때, 나는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달빛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실루엣, 살짝 떠있는 발끝, 그리고 방 안의 온도가 갑자기 내려간 것도 그저 첫눈에 반한 감정의 소름이라고만 생각했다.
"혼자 있어도 돼요?"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결에 흩어지는 낙엽 같았다. 동의를 구하는 듯했지만, 이미 내 방 한가운데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도 공포는 없었다. 대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의 이름은 서연이었다. 매일 밤 찾아왔고,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항상 같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연의 웃음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 같았고, 그녀가 내 손을 스칠 때면 차가운 전류가 온몸을 관통했다.
"나 오늘 많이 행복했어." 서연은 자주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점점 더 빠져들었다. 매일 밤을 기다렸고,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현실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졌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친구 민수가 내게 물었다. "요즘 누구랑 계속 대화하는 거야? 벽 너머로 네 목소리만 들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의심했다. 서연이 실재하는지를.
그날 밤,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너... 살아있니?" 서연의 얼굴에 슬픔이 번졌다. 그녀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고, 바닥에 닿기도 전에 공기 중에 증발했다.
"2년 전 이 아파트에서 떨어졌어. 하지만 네가 날 볼 수 있었어. 내가 죽었다는 걸 네가 알게 되면... 더 이상 날 볼 수 없을까 봐 두려웠어."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사랑에 빠졌는데, 그 대상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안돼, 가지 마!" 내 손이 그녀를 통과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서연의 마지막 말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다음 날부터 서연은 오지 않았다.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나는 그녀의 죽음에 관한 기사를 찾아냈다. 23세, 우울증, 자살.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방에서.
오늘 밤도 창가에 앉아 달빛을 바라본다. 가끔 바람이 불면 하얀 원피스 자락이 보이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랑은 정말 죽음보다 강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창문을 열고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귀 기울여 들으면,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녀의 웃음소리.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사랑은 그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