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과 아이돌: 서로 다른 무대 위에서
그녀가 다시 무대에 오르던 날, 나는 관객석 맨 뒤에 숨어 있었다. 환호성이 들끓는 콘서트홀에서 오직 나만이 박수를 치지 않았다. 내 손은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티켓을 꽉 쥐고 있었다.
"민지야, 정말 잘 됐다. 꿈을 이뤘네."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그 말이 진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1년 전, 우리는 그저 평범한 '남사친'과 '여사친'이었다. 매일 아침 같은 버스에 몸을 실어 학교로 향했고, 하교 길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녀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나에게 민지는 특별했다.
무대 위 LED 조명이 번쩍이며 그녀의 실루엣을 비추었다. 연습생 시절 흘렸던 땀방울들이 이제는 빛나는 스팟라이트로 돌아온 것이다. 귓가를 울리는 베이스 사운드와 함께 그녀의 목소리가 콘서트홀을 가득 채웠다. 한때 내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주던 그 목소리는 이제 수천 명의 팬들에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광수야, 만약 내가 오디션에 합격하면... 우리 계속 볼 수 있을까?"
그날 밤 놀이터 그네에서 그녀가 던진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웃으며 "당연하지, 네가 톱스타가 돼도 난 여전히 너의 남사친이야"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별이 되는 순간, 우리 사이의 평범한 일상은 끝나리라는 것을.
콘서트가 절정에 달했을 때, 민지는 잠시 호흡을 고르며 팬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제게 특별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데뷔 전, 항상 제 곁에서 응원해준 소중한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입니다."
첫 음이 울려 퍼지자 나는 그 멜로디를 즉시 알아차렸다. 고등학교 2학년, 학교 축제에서 그녀가 불렀던 노래였다. 그때 나는 긴장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넌 할 수 있어"라고 속삭였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전국의 팬들 앞에서 그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갈 무렵, 그녀의 시선이 객석 뒤쪽으로 향했다. 한 순간 우리의 눈이 마주쳤을까?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무대 조명 아래 그녀가 볼 수 있는 건 자신을 향한 수많은 빛나는 응원봉뿐이었을 것이다.
콘서트가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갈 때, 나도 조용히 자리를 떴다. 출구 근처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광수야."
돌아보니 민지의 매니저가 서 있었다. "이거 받아." 그는 내게 작은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접힌 종이 한 장과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찍은 놀이터 사진이 있었다.
'별이 되기 위해 날아올랐지만, 가끔은 그 옛날 우리가 함께했던 평범한 하늘이 그리워. 언젠가 다시 그 놀이터에서 만날 수 있을까? - 여전히 너의 여사친, 민지'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그 놀이터를 찾았다. 쓸쓸한 그네에 홀로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유독 밝게 빛나는 한 별이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무대 위에 서 있을 뿐,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