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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학교

청춘의 이중생활: 아이돌과 학교 사이

교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이 내 책상 위에 노란 사각형을 그릴 때, 나는 항상 시계를 본다. 3시 15분. 정확히 45분 후면 나는 더 이상 평범한 고등학생 강지우가 아닌, 수만 명의 팬들에게 환호를 받는 아이돌 '루나'로 변신해야 한다.

책가방 속에서 진동하는 휴대폰. 매니저의 재촉 메시지가 벌써 세 개째다. "오늘 리허설 4시 반, 늦지 마." 입술을 깨물며 수학 공식이 빼곡한 노트를 바라본다.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나는 오늘도 보충수업을 빠져야 한다.

"지우야, 오늘도 학원 간다고?" 옆자리 수현이가 내 책상으로 몸을 기울이며 속삭인다. 그녀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하다. 두 달 전부터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학원에 간다"는 핑계로 학교를 빠져나갔다.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가 만들어준 완벽한 거짓말이다.

"응, 수학 때문에..." 목소리가 저절로 작아진다. 친구에게조차 거짓말을 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을 짓누른다. 수현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피다가 자기 필통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넨다.

"너 요즘 너무 말랐어. 이거라도 먹어."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학교에서는 '노력하는 모범생'으로, 무대에서는 '완벽한 아이돌'로 살아가는 이중생활. 매일 밤 안무 연습을 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시험 기간엔 교과서를 들고 대기실에서 공부한다. 아이돌이라는 꿈을 이루었지만, 교실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고 동아리 활동하는 평범한 학창 시절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종소리가 울리고, 나는 황급히 짐을 챙긴다. 복도에서 나는 한동안 가방을 꼭 끌어안고 서 있었다. 화장실에서 교복을 벗고 미리 준비해둔 사복으로 갈아입을 때,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어느새 학생 강지우가 아닌, 완벽한 미소를 준비하는 아이돌 루나로 변해가고 있었다.

학교 뒷문을 통해 빠져나가는 순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뒤돌아보니 수현이다. 그녀의 손에는 내가 교실에 두고 온 수학 노트가 들려있다.

"지우야, 이거..." 그녀가 말을 멈추고 나를 유심히 바라본다. 교복 대신 입은 디자이너 옷, 가방에서 삐져나온 무대 의상의 반짝이는 소매... 그리고 내 변해버린 표정.

"...너 정말 누구니?"

그 말에 내 안의 두 세계가 드디어 충돌했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나를 찾아가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아이돌의 화려함도, 학교의 평범함도 모두 내 삶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수현이에게 다가가며 처음으로 진실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