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아이돌: 빛나는 착각
그녀는 내 일상의 아이돌이었고, 나는 그녀의 가장 열렬한 팬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봄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오후, 유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중요한 얘기가 있어." 내 심장은 그녀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처럼 요동쳤다.
우리의 연애는 1년 전, 소규모 인디 공연장에서 시작됐다. 보컬리스트 유나는 무대 위에서 빛났고, 나는 그 빛에 홀린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놀랍게도 그녀도 내게 관심을 보였다. 유명하진 않았지만 분명 아이돌처럼 빛나는 그녀가, 평범한 회사원인 나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카페에 들어서자 유나의 향수 냄새가 먼저 나를 반겼다. 언제나 그녀는 장미와 바닐라가 섞인 달콤한 향기를 풍겼다. 그 향기만으로도 내 마음은 녹아내렸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달랐다. 그녀의 미소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었다.
"우리... 그만 만나야 할 것 같아."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은 내 귀에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소속된 회사에서...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했어. 연애는 금지야."
창밖의 빗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렸다. 그녀의 말이 현실감 없이 공중에 맴돌았다. 나는 빈 커피잔을 바라보며 웃었다. "축하해, 정말 잘됐다." 내 목소리는 낯설게 들렸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유나의 SNS를 확인했다. 그녀의 프로필에는 내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함께 찍은 수백 장의 사진들, 함께한 기념일들, 그 모든 게 사라져 있었다. 마치 우리의 1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궁금증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했다. 뜻밖의 결과들이 화면을 채웠다. '유망 아이돌 유나, 데뷔 전부터 꾸준한 연애설'... '여러 남성들과 만남 포착'... 기사 속 유나는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다른 남자들과의 데이트 장면, 내가 아닌 다른 이들과 찍은 사진들.
내 폰이 울렸다. 이름 모를 번호였다. "저... 혹시 유나씨와 사귀셨나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저도 유나씨와 교제했었는데... 방금 같은 말을 들었거든요. 대형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전화를 끊고 창밖을 바라봤다. 비는 그쳤지만 거리는 여전히 젖어 있었다. 한 달 전, 유나가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랑은 결국 환상을 파는 거야. 아이돌이나 연애나... 둘 다 완벽한 착각을 팔지." 그때는 그저 음악에 대한 철학인 줄 알았다.
내 방 벽에 붙어있는, 그녀가 준 싸인이 이제는 아이러니하게 빛났다. "당신만의 아이돌이 되어 줄게요." 어쩌면 그녀는 마지막까지도 거짓말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정말로 수많은 이들의 '아이돌'이었으니까. 내 폰 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메시지를 바라봤다. "내일 만나자,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