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미스터리: 그가 남긴 암호
남편의 장례식에서 발견한 열쇠 하나가 내 인생을 뒤흔들었다. 조문객들이 하나둘 떠난 후, 남편 정수의 양복 안주머니를 정리하던 중 발견한 작은 황동 열쇠. 우리가 15년 동안 함께 살아온 집 어디에도 맞는 자물쇠가 없었다.
정수는 3일 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한 회계사였던 그는 언제나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사람이었다. 아침 7시 정각에 일어나 블랙커피 한 잔, 토스트 두 조각. 넥타이는 항상 남색. 매월 급여일에 꼬박꼬박 입금되는 금액. 우리의 결혼생활은 달력처럼 규칙적이었다. 적어도 내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발견한 지 일주일 째, 그 열쇠를 손에 쥐고 마지막으로 남편의 서재를 뒤지기로 했다. 책장 뒤편, 벽지와 같은 색의 작은 문이 있었다. 숨겨놓은 금고처럼, 보이지 않게 설계된 문. 열쇠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안에는 노트북 한 대와 두툼한 파일철 하나. 화면을 켜자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 생일, 심지어 반려견 이름까지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 마지막으로 '미안해'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 화면이 열렸다.
노트북에는 15년치의 일기가 꼼꼼히 정리되어 있었다. 나와 만난 첫날부터 시작된 기록.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는 정수의 일기가 아니었다. "오늘도 그녀는 내 진짜 모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완벽해."
파일철을 열자 여권들이 나왔다. 서로 다른 이름, 서로 다른 국적의 여권들. 그리고 각기 다른 은행 계좌 정보들. 정수의 얼굴이 담긴 신분증들은 모두 달랑 일곱 개였다. 남편의 책상 서랍에서는 결코 내가 보내지 않은 내 머리카락 샘플과 지문이 든 봉투도 발견됐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마지막 노트였다. "임무 완수까지 D-4. 15년의 프로젝트 마무리. 모든 증거 인멸 후 새 신분으로 이동 예정. 그녀는 심장마비로 사망할 것이다."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죽을 예정이었던 건가? 그런데 정작 심장마비로 죽은 건 그였다. 파일 더미 아래 숨겨진 작은 메모지에는 마지막 문장이 적혀 있었다. "나는 실패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수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그의 '직장 동료'라던 남자가 서 있었다. 그의 손에도 똑같은 황동 열쇠가 들려 있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나는 깨달았다. 미스터리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