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미스터리재회

미스터리한 재회: 시간이 멈춘 그날

우연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15년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비 오는 저녁, 서울역 플랫폼에서 우리는 마주쳤다. 그녀는 15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얼굴, 심지어 교복까지. 이상했다.

"민지야?" 내 목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떨렸다.

그녀는 내 이름을 불렀다. 소름이 돋았다. 민지는 15년 전, 졸업식 날 실종됐다. 그날 이후로 그 누구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 경찰 수사, 미디어 보도, 전국적인 수색에도 흔적조차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내 앞에 서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너 어디 있었어?" 내 손이 떨렸다.

"무슨 소리야? 우리 방금 졸업식 끝났잖아." 그녀의 목소리는 맑았다. 혼란스러운 건 오히려 나를 보는 그녀의 눈빛이었다.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플랫폼을 울렸다. 그녀의 교복은 젖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15년 전 그날도 비가 내렸다. 그녀의 손목시계는 5시 17분에 멈춰 있었다.

"너 얼마나 변했는지 몰라," 그녀가 웃었다. "이제 어른이 다 됐네."

나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날짜를 보여주려 했다. 그런데 화면에는 2008년 2월 14일, 오후 5시 17분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가 졸업한 날짜와 시간이었다.

"같이 가자."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기차 문이 열렸다.

플랫폼에는 우리 둘뿐이었다. 이상하게도 다른 승객은 보이지 않았다. 기차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창문 너머로는 점점 짙어지는 어둠만이 보였다.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물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이번에는 네가 같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나는 그제야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교복 소매 아래로 보이는 희미한 상처 자국들. 민지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15년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니, 그녀에게는 단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걸까?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플랫폼의 시계는 5시 17분에서 한 칸 움직였다. 창밖으로 서울역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우리가 알던 세상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네가 나를 찾아야 했어," 민지가 속삭였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차는 어둠 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갔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이것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었지만, 15년 동안 나를 괴롭혀온 그 미스터리를 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이 기차는 과거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그날, 그 시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