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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이별

미스터리한 이별의 자취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 나는 그녀가 사라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침대 옆자리는 차갑게 비어 있었고, 그녀의 향수 냄새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달력에는 동그라미 쳐진 오늘의 날짜, 그리고 그녀의 필체로 적힌 단 한 마디, '안녕'.

그녀는 항상 미스터리했다. 갑자기 나타나 내 삶을 장미빛으로 물들이더니,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옷장은 텅 비어있었고, 그녀의 물건들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단 하나,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낡은 사진첩만이 그녀가 실재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진첩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의 사진과 함께 '미안해요'라는 메모가 있었다. 뒤로 넘길수록 더 이상한 사진들이 나왔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들. 내가 가본 적 없는 장소에서 찍힌 사진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오늘 날짜가 적힌 빈 페이지와 작은 열쇠 하나.

그 열쇠가 맞는 것은 우리 아파트 지하실 문이었다. 한 번도 들어가본 적 없는 그곳. 문을 열자 습기 찬 공기와 함께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벽에는 수십 개의 붉은 실로 연결된 사진들과 메모들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프로젝트 M-7: 기억 이식 실험 성공. 대상자 감정 형성 확인 완료. 이별 단계 진행 중'이라고 적힌 문서.

그 순간 머릿속이 번쩍 하며 깨달았다. 내 기억 속 그녀와의 2년은 실험이었다. 그리고 나는... 대상자였다. 구석에 놓인 모니터에서는 내 아파트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모니터 앞에 앉은 그녀는 흰 가운을 입고 차분하게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갑자기 모니터 속 그녀가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바라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별의 슬픔도 결국은 기억의 조작이죠. 하지만 당신이 느낀 감정만큼은 진짜였어요."

그 순간 지하실 문이 저절로 닫히며 잠겼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다. 벽에 붙은 사진들이 하나둘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것들이 떨어질 때마다 그녀와의 기억이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사진이 바닥에 떨어질 때, 나는 모든 것을 잊었다. 다만 가슴 한구석에 남은 이유 모를 공허함만이 언젠가 소중한 누군가와 미스터리한 이별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