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남편: 그는 내 것이 아니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그의 눈빛은 조금씩 낯설어졌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그저 커피숍에서 알바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이제 내 남편은 천만 소녀들의 꿈이 되었다.
"오빠, 사랑해요!" 공항 출구를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남편의 손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의 미소도, 그의 목소리도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검은 마스크와 모자로 위장한 채, 그저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팬들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유진씨, 오늘도 공항까지 나와주셨네요." 매니저가 나를 알아보고 속삭였다. 눈치 없는 말에 쓴웃음만 지었다. 내가 여기 온 건 남편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집에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결혼 3년차, 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데뷔 전엔 매일 밤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며 잠들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그의 스케줄표는 빼곡했고, 내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오늘 저녁에 잠깐 시간 낼 수 있을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인스타그램엔 새 앨범 준비 중인 사진이 올라왔다. 좋아요는 2분 만에 10만을 넘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라디오가 그의 노래를 틀었다. 내가 사랑했던 목소리, 그 목소리로 부른 사랑 노래는 이제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팬들을 위한' 것이었다.
현관문을 열자 어둠뿐인 집이 나를 맞이했다. 냉장고에 붙은 포스트잇은 6개월 전 것이었다. "오늘 늦게 들어갈게, 기다리지 마." 더 이상 새로운 메모도 필요 없어졌다. 매일이 늦은 귀가였고, 매일이 기다림이었으니까.
"딩동." 초인종 소리에 놀라 현관으로 달려갔다. 그는 아니었다. 택배였다. 포장을 뜯자 그의 새 앨범이 나왔다. 팬클럽 회원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다. 감사 카드에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남편의 싸인이 있었다. 내게 쓴 편지는 아니었다.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서랍에서 결혼반지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짧은 편지도 썼다. "당신은 이제 모두의 것이니까, 나만의 남편이 될 수 없어. 행복하길." 캐리어에 필요한 것만 챙겼다.
문을 열려는 순간, 그가 서 있었다. 지친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빛났다. 손에는 작은 케이크가 들려있었다. "결혼기념일, 잊지 않았어."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까지 라디오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와는 달랐다. 이건 내가 처음 사랑했던, 그 커피숍 알바생의 목소리였다.
아이돌의 빛나는 미소 뒤에는 지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전히 내 남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