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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연애

남편의 연애

박지훈은 출근길에 아내의 향수 냄새가 아닌 다른 여자의 향기를 맡았다. 자신의 셔츠 소매에 묻은 희미한 립스틱 자국을 발견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젯밤 회식에서 있었던 일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의 문자함에는 낯선 번호에서 온 메시지가 있었다. "어제 정말 즐거웠어요. 또 만나요, 오빠."

결혼 7년 차, 지훈은 한 번도 바람을 피운 적이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내 민주와의 관계는 식어가고 있었다. 대화는 줄어들고,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되어버린 두 사람. 아침에 일어나 서로 다른 시간에 출근하고, 밤에는 각자의 피로를 핑계로 등을 돌린 채 잠들곤 했다.

"여보, 오늘 늦게 들어갈 것 같아. 회사 일이 좀 밀렸어."

거짓말이 쉬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지훈은 그 낯선 번호의 주인과 만나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서자 그녀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훈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의 미소, 향기, 목소리...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었다. 마치 연애 초기의 감정이 되살아난 듯했다.

"사실 어제는... 별일 없었어요. 제가 취해서 쓰러지실 것 같길래 부축해드리다가 제 립스틱이 묻은 거예요."

그녀의 말에 지훈은 안도와 실망이 동시에 밀려왔다. 한편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새로운 관계가 주는 짜릿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글펐다.

"그런데...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친구로 지내면 어떨까요?"

그날 이후, 지훈은 그녀와 자주 만났다. 점심 시간, 퇴근 후의 짧은 시간들. 육체적 관계는 없었지만, 정서적 교류는 깊어졌다. 그녀에게 아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고, 그녀는 위로와 공감으로 응답했다. 지훈은 이것이 외도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일찍 들어간 지훈은 식탁 위에 놓인 봉투를 발견했다. 열어보니 이혼 서류였다. 충격에 휩싸인 지훈이 아내를 찾아 방으로 향했을 때, 민주의 노트북 화면에는 남자와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지훈이 그녀와 '친구'로 지내는 동안, 민주도 자신만의 '연애'를 시작한 것이었다.

"당신이 나를 떠나게 만들었어." 민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지훈의 귀를 때렸다.

지훈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가 찾던 것은 새로운 연애가 아니라, 자신의 결혼 안에서 잃어버린 연애의 감정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왔고, 지훈은 이제 진짜 연애를 시작해야 하는 '전 남편'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