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연애: 오래된 테이프의 새로운 노래
옷장 깊숙이 숨겨둔 그 카세트테이프를 꺼냈을 때, 준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15년 만에 처음 만지는 뉴진스였다. 그러니까, 새 청바지가 아니라 90년대 말 유행했던 그 오래된 음악 매체 말이다. 테이프의 표면에는 희미해진 매직펜으로 '소연에게, 우리의 계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구식 물건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요?" 소연의 딸 민지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머니와 닮아 있었다. "이게 뭐예요, 삼촌? 진짜 음악이 들어있는 건가요?"
준호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 옛날에는 이런 걸로 음악을 들었단다. 디지털이 아니라 진짜 테이프가 돌아가면서." 설명하면서도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민지에게는 박물관 유물 같은 것이겠지만, 준호에게는 산산이 부서진 첫사랑의 증거물이었다.
그날 밤, 민지가 잠든 후 준호는 소연의 낡은 아파트 베란다에 홀로 앉았다. 소연이 암으로 떠난 지 이제 1년. 그녀의 유품을 정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다가, 자신이 20년 전 그녀에게 준 테이프를 발견한 것이다. 오래된 워크맨을 꺼내 테이프를 넣었다. 기계가 삼키는 소리가 나더니,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왔다.
빛바랜 청바지처럼 낡았지만 어딘가 편안한 멜로디. 준호가 대학생 때 직접 녹음한 노래들이었다. 세 번째 트랙에서 갑자기 음악이 멈추고 목소리가 들렸다. "소연아, 이건 내 마음이야." 젊은 날의 자신이었다. 고백했던 그날, 소연은 테이프를 받아들고 뛰어갔다. 다음 날,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귄다고 했다. 준호는 그 후로 그녀를 찾지 않았다.
테이프는 계속 돌아갔다. 준호의 고백 다음에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호야, 나도 널 좋아해. 하지만 난 곧 미국으로 유학 가. 3년이면 돌아올게... 기다려줄래?" 소연의 목소리였다. 준호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는 결코 듣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다음 날 아침, 민지는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왔다. 준호는 탁자 위에서 발견한 오래된 편지 한 통을 읽고 있었다. 소연이 암 진단을 받고 쓴 것이었다. "준호에게, 우리의 시간은 새 청바지처럼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결국 낡은 테이프처럼 끝나버렸네요. 하지만 테이프의 노래처럼, 우리의 이야기도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다시 재생될 수 있을까요?"
민지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삼촌, 괜찮아요?"
준호는 미소지었다. "그래, 괜찮아. 다만... 어떤 연애는 뉴진스처럼 시간이 흘러도 낡지 않는단다. 오히려 더 편안해지지." 창밖으로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준호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란, 오래된 테이프를 다시 재생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