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다이어트미스터리

다이어트 미스터리: 사라지는 것들

숫자가 내려가는 만큼 사람이 사라진다는 걸 알게 된 건 체중계 위에 서고 나서 정확히 3주 후였다. 68kg에서 67kg으로 줄었을 때, 옆집 강아지가 사라졌다. 66kg이 되었을 때는 회사 동료 박 대리의 책상이 비어 있었고, 누가 물어봐도 아무도 박 대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헬스장 트레이너가 내민 '30일 완벽 변신' 전단지와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사이의 괴리. 그리고 지나가는 말로 던진 애인의 "요즘 좀 부른 것 같아"라는 한마디. 그게 전부였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잃는 것이 단순히 체중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65kg에 도달했을 때, 부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집에 찾아갔더니 이웃들은 그 집에 누가 살았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가족 사진첩을 펼쳐보니 내 옆자리가 하나둘 비어갔다. 두려움에 떨며 체중계를 내다 버렸지만, 이미 늦었다. 체중은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64kg이 되던 날, 애인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죄송한데, 누구시죠?"라는 그 말이 내 심장을 관통했다. 그날 밤, 거울 속 내 모습은 더 날씬해졌지만, 얼굴은 더 초췌해졌다. 눈동자 속에서는 공포가 춤추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체중을 늘리려 했다. 하루종일 먹고 또 먹었다. 패스트푸드, 케이크, 피자, 무엇이든 입에 넣었다. 하지만 체중계의 숫자는 63kg으로 떨어졌고, 회사에서는 내 자리가 사라졌다. 인사팀에는 내 이름의 기록이 없었다.

오늘 아침, 62kg이 되었다. 지갑 속 신분증의 내 사진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를 지우는 것임을. 내가 잃은 것은 지방이 아니라 현실에서의 자리였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나를 기억해줄 수 있나요? 내일이면 61kg가 될 것이고, 나는 더 많은 것들을 잃게 될 것이다. 체중계가 보여주는 숫자가 60kg에 도달하면 나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내 흔적이 모두 지워지는 순간, 과연 나는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 저녁, 마지막으로 거울을 봤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손끝부터 서서히 지워지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다이어트에 휘말린 존재들인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