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아이돌: 내가 아닌 나를 찾아서
거울 속 내 모습이 점점 희미해질 때까지, 나는 하루에 사과 반쪽과 물을 마셨다. 연습생 5년 차, 데뷔를 앞둔 스물두 살의 봄날, 내 몸무게는 마흔두 킬로그램이었다.
"이번 주까지 2kg 더 빼. 너희 그룹 메인 보컬이 제일 날씬해야지." 매니저의 말은 명령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었다. 연습실 거울 앞에서 나는 다른 멤버들보다 항상 한 시간 더 춤을 췄다. 땀이 눈을 찔러도, 발목이 접질려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데뷔 무대 전날, 대기실 화장대에 놓인 도시락을 보며 침을 삼켰다. 3년 만에 처음 보는 제대로 된 식사였다. 옆자리의 지은이가 내 모습을 보더니 자기 도시락을 슬며시 내 쪽으로 밀었다.
"언니, 먹어요. 오늘은 괜찮을 거예요."
그 순간, 내 눈에는 지은이의 손목만 보였다. 마른 채찍처럼 가느다란 팔, 피부 아래로 비치는 푸른 혈관. 그녀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았다. 왜 나는 그녀가 더 먹기를 바라면서, 정작 나 자신은 굶고 있는 걸까?
무대에 오르기 직전,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왔다. 붉은 조명이 내 앞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내 이름을 부르는 팬들의 함성과 무대 위로 쏟아지는 차가운 형광등 불빛이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실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링거 줄이 내 팔에 꽂혀 있었고, TV에서는 내가 무대 위에서 쓰러지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신인 걸그룹 메인보컬, 데뷔 무대서 실신... 과도한 다이어트 논란'
매니저는 문자 하나를 보냈다. "잠시 휴식해. 복귀 시점은 나중에 알려줄게." 그리고 두 번째 문자. "다음 앨범 컨셉은 건강미야. 근육 좀 키워."
웃음이 나왔다. 어제까지 뼈만 앙상했던 내게 오늘은 근육을 키우라니.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그치면 근처 공원에 걸으러 나가고 싶었다. 걷기만 하는, 아무런 목적 없는 산책을.
병실 문이 열리고 지은이가 들어왔다. 손에는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들고 있었다.
"언니, 이거 먹어요. 내가 직접 끓였어요."
그 순간 내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 앞에서 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아이돌이 되기 위해 버렸던 나를,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죽여왔던 나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죽 한 그릇을 먹으며 나는 깨달았다. 완벽한 아이돌의 몸이 아닌, 살아 숨쉬는 내 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진정한 아이돌이 되는 첫 걸음일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