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비밀 연애: 사랑의 거래
대표님의 책상 위에 놓인 하얀 봉투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지현 대리에게, 개인적으로 전달해 주세요"라는 글씨가 검은 만년필로 꾹꾹 눌러 쓰여 있었다. 봉투 모서리가 살짝 찢어져 있었고, 그 틈으로 호텔 키카드의 가장자리가 보였다.
나는 서른다섯 살 독신 여성이었고, 이제 막 승진한 마케팅팀 대리였다. 중견 IT 기업에서 5년째 일하며 한 번도 회사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봉투는 모든 것을 바꿔놓을 위험한 제안처럼 보였다.
"지현 씨, 회의실로 올라와 주세요." 인터폰 너머로 들려온 대표님의 목소리에 나는 몸을 굳혔다. 봉투를 가방에 황급히 넣고 회의실로 향했다. 유리문 너머로 대표님이 혼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의 검은 양복은 완벽하게 다림질되어 있었고, 은은한 향수 냄새가 회의실을 채웠다.
"새 프로젝트 제안서 봤습니다. 지현 씨 아이디어가 상당히 인상적이더군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런데 마케팅 예산이 좀 부족할 것 같은데," 그가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개인적으로 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되나요?"
나는 가방 속 봉투가 불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약속이 있습니다."
대표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렇군요. 아쉽네요." 그가 일어서며 내게 다가왔다. "지현 씨가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어요. 더 중요한 자리로 옮길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복도로 나오자 그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봉투는 받았나요?"
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네."
"결정은 지현 씨가 하는 겁니다. 강요는 없어요." 그의 말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다만, 우리 둘 다 원하는 게 있다는 점만 기억해 두세요."
그날 밤, 나는 봉투를 열었다. 키카드와 함께 작은 쪽지가 들어 있었다. "지현에게, 사업 제안이 있습니다. 내일 8시, 호텔 라운지에서." 숫자로 가득한 계약서 한 장이 함께 있었다. 마케팅 예산이 아니라 신규 벤처에 대한 공동 투자 제안서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대표님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어제 제안서 검토했습니다. 조건부 수락하겠습니다."
그가 미소 지었다. "조건이라니요?"
"우리의 관계는 순수하게 비즈니스 파트너로 유지됩니다. 그리고..."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제가 대표가 되는 날까지, 그 누구도 이 관계를 연애라고 오해해선 안 됩니다."
그의 웃음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지현 씨는 정말 흥미로운 사람이군요. 좋습니다, 동의합니다."
우리는 악수를 했고, 그의 손바닥이 내 손을 감싸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가장 위험한 연애가 하나의 단어도, 하나의 키스도 없이 시작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