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대학교: 예상치 못한 재회
가을 햇살이 강의실 창틀에 부서질 때, 열다섯 년 만의 재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내가 강단에 교수로 선 첫날, 교실 맨 뒷자리에 앉은 남자의 눈동자가 나를 붙잡았다. 그는 학생 목록에 '청강생'으로 적혀 있었지만, 나는 그 순간 이름표 없이도 그를 알아봤다.
"오늘부터 한 학기 동안 현대문학 강의를 맡게 된 김지원입니다."
내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강의실은 참나무 향이 배인 오래된 책상과 분필 가루의 냄새로 가득했다. 바깥에서는 은행나무 잎이 바스락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시간은 지났지만, 이 대학교의 냄새와 소리는 여전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와 똑같이.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하나둘 빠져나갈 때, 그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서류를 정리하는 척 시간을 끌었다. 강의실이 완전히 비워졌을 때, 그제서야 그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교수님.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
기억하냐고?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함께 밤을 새워 시험공부를 하던 중앙도서관의 구석진 자리. 꽃샘추위가 찾아온 3월, 그가 내게 건넸던 따뜻한 커피와 첫 키스. 그리고 그 여름, 그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던 날.
"서현우. 물론 기억해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눈가에 주름이 생겼지만, 웃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은 여전했다.
"왜 여기에 온 거예요?" 내가 물었다.
"졸업을 못 했거든요. 그때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족 사업을 이어받았어요. 이제야 미완성인 학위를 끝내려고 돌아왔죠."
그 말에 열다섯 해 동안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서랍이 열렸다. 그가 사라진 이유를 내내 알지 못했던 나는, 수많은 밤을 뒤척이며 답을 찾으려 했었다.
"교수님이 된 건 축하드립니다. 늘 꿈꿔왔던 일이잖아요."
그는 내 삶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며 다음 수업을 위한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에 시간 되실 때, 혹시... 커피 한 잔 할까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캠퍼스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와 그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 대학교는 우리가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마무리할 기회를 주고 있는지도 몰랐다.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우리에게, 이 캠퍼스는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럼요, 현우 씨. 이번에는 제가 커피를 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