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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연애

데이트가 쓰는 우리의 연애 일기

데이트 장소를 정하는 일은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다. 내 책임을 회피한다기보다, 그녀가 준비한 장소들은 항상 예상 밖의 놀라움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도시 외곽의 작은 천문대. 그녀는 우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망원경 보는 법 알아?" 그녀가 물었다. 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손이 내 손 위에 포개졌고, 함께 차가운 금속 조절 장치를 돌렸다. 렌즈를 통해 본 토성은 교과서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생생했다.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듯했다.

"사실... 오늘 좀 특별한 날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우리 데이트한 지 정확히 365일째니까."

난 당황했다. 기념일을 챙기는 타입이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날이 의미가 있었다. 그녀는 우리의 연애를 숫자로, 장소로, 작은 순간들로 기록했다. 첫 만남의 카페, 첫 키스의 횡단보도, 첫 다툼의 버스 정류장까지.

"미안해, 난..." 내 말을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로막았다.

"괜찮아. 그래서 내가 준비한 거잖아." 그녀는 작은 노트를 꺼냈다. '우리의 365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매일 우리 데이트를 기록했어. 네가 무슨 옷 입고 왔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페이지를 넘기며 그녀의 글씨체가 바뀌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설렘에 가득 찬 동그란 글씨체였지만, 점점 각이 진 글씨로 변해갔다.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나는 그녀가 왜 오늘 천문대를 택했는지 이해했다.

"우주처럼, 우리 사랑도 팽창하고 있을까, 아니면 수축하고 있을까?" 그녀가 물었다. 그녀의 눈은 별보다 반짝였지만, 그 안에는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질문들이 가득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의 모든 데이트 계획, 기록들은 우리 연애의 지도를 그리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그 지도에서 나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수동적이었는지, 그녀의 노력을 당연하게 여겼는지.

"다음 데이트는 내가 계획할게,"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우리의 730일을 함께 쓰자."

그날 밤, 별들 아래에서 우리는 새로운 연애의 궤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전히 우리의 순간들을 기록했지만, 이제 그 페이지들에는 내 글씨체도 조금씩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