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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재회

숙명의 데이트: 십년 만의 재회

카페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내 심장 소리와 묘하게 겹쳐졌다. 열 번째로 시계를 확인했다. 7시 정각. 그녀는 여전히 정확했다. 카페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왔을 때, 십 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오랜만이네, 민준아." 그녀의 목소리는 변함없었다. 여전히 내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특별했다. 소라는 우산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탁자 옆에 털어내고 앉았다. 물에 젖은 그녀의 검은 코트에서 비 냄새와 함께 익숙한 향수 향이 미세하게 퍼졌다.

"십 년 만이지." 대답하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소라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이 거의 없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예전에 없던 깊이가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가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렇게 다시 만나자고 연락할 줄은 몰랐어." 소라가 말했다. "특히 그날 이후로..."

그날. 우리는 둘 다 그날을 잊은 적이 없었다. 십 년 전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 내가 그녀에게 청혼했던 날. 그리고 그녀가 떠났던 날.

"미국에서는 어땠어?"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정작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바빴어. 항상." 소라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엔 너를 잊기 위해 일에 파묻혔어. 나중에는... 습관이 됐지."

침묵이 흘렀다. 에스프레소 머신 소리와 카페에 흐르는 잔잔한 재즈가 우리 사이를 채웠다.

"왜 연락했어, 민준아?" 그녀가 마침내 물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봉투를 밀어 그녀에게 건넸다. 소라는 의아한 표정으로 봉투를 열었다. 오래된 편지 한 장과 은반지가 나왔다.

"보내지 못한 편지야. 그리고..."

"내가 돌려준 반지." 소라의 손가락이 떨렸다.

"사실은... 내일 이사 가. 집을 정리하다가 찾았어." 말을 고르며 말했다. "새 시작을 하기 전에 마무리하고 싶었어."

소라의 눈에 순간 아픔이 스쳤다. "새 시작?"

"응. 캐나다로 가. 이번엔 내가 떠나는 거지." 반쯤 웃으며 말했다.

소라는 편지를 펼쳤다. 읽는 동안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마지막 줄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선택한 길이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소라가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어?"

"그땐 그랬어."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금은?" 소라의 질문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나는 잠시 침묵했다. "지금은... 우리가 다른 길을 걸었지만, 오늘 이 데이트가 마지막 이별이 아니었으면 해."

소라는 반지를 손에 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이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완벽한 타이밍이야, 그렇지 않아?" 소라의 미소에는 지난 십 년의 아픔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이 공존했다.

카페 창밖으로 비가 그치고 있었다. 때로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다른 시작의 문턱일 뿐이라는 걸, 우리는 그제야 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