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드라마: 우연한 재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항상 그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십 년 전,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우산을 들지 않은 채 비에 젖어가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그녀는 내게 가장 강렬한 에피소드였다.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무심코 집어든 스마트폰에 알림이 떴다. '이지민 배우, 10년 만의 복귀작 확정'. 화면 속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더 성숙해진 눈빛, 더 깊어진 미소. 그러나 내 기억 속에서 그녀는 여전히 스물넷, 첫 주연작의 오디션 준비에 눈물 흘리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커피 한잔하실래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내 감각을 의심했다. 내가 방금 전까지 생각하던 그 사람이, 실제로 내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인 재회. 그녀는 내 앞에 서서, 십 년 전과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신 지금... 내 기사를 보고 있었죠?"
그녀의 질문에 나는 창피함에 휩싸였다.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열차가 터널을 지나는 동안, 우리의 침묵도 그렇게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죠? 그 드라마 촬영장에서?"
그녀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드라마. 그녀의 첫 주연작이자, 내가 보조 작가로 참여했던 그 작품. 우리는 거기서 만났고, 또 거기서 헤어졌다.
"네, 마지막 회 촬영이 끝난 뒤요."
그날 밤, 우리는 서로에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녀는 더 큰 꿈을 향해 떠났고, 나는 그대로 남아 다른 드라마들의 대사를 써내려갔다.
"이번 작품의 각본... 당신이 썼다면서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놀랐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니. 그녀가 출연 제안을 받은 새 드라마의 메인 작가가 된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아직 공식 발표도 나가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수락했어요. 당신이 쓴 이야기라면... 다시 한번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녀의 말에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인생이란 때로는 가장 완벽한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재회를 선사한다. 열차가 정차하고 그녀가 일어섰다. 작은 카드를 내 손에 쥐어주며 그녀가 말했다.
"첫 대본 리딩, 거기서 만나요. 이번에는... 마지막 회 이후의 이야기도 함께 써봐요."
그녀는 열차에서 내렸고, 문이 닫혔다. 내 손에 남은 것은 그녀의 명함과 다시 쓰여질 우리의 드라마 한 편이었다.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그날 나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