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와 연애: 오해의 미로
"로맨스가 당신에게 약속하는 것들은 모두 거짓말이에요."라고 그녀가 말했을 때, 나는 그저 웃으며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미 루나의 말은 공기 중에 단단히 걸려 있었다.
우리는 서울의 한 옥상 카페에 앉아 있었다. 4월의 바람이 우리 사이로 불어오며 루나의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었다. 햇빛은 그녀의 얼굴에 따뜻한 그림자를 드리웠고, 나는 그 순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한번 느꼈다. 알다시피, 이것은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한 장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 연애 중이 아니었다.
"연애 소설을 쓰는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다니 뜻밖이네요," 내가 대답했다. "당신의 책은 모두 사랑의 완벽한 결말을 약속하잖아요."
루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는 유리잔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게 바로 내 말이에요. 로맨스는 판타지고, 연애는 현실이죠. 내 책들은 로맨스 소설이지, 연애 지침서가 아니에요."
나는 그녀의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의 표지를 디자인하는 일러스트레이터였다. 6개월 동안 우리는 매달 한 번씩 만나 다음 소설의 콘셉트를 논의했다. 그리고 나는 매번 그녀에게 더 빠져들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로맨스와 연애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나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로맨스를 원하지만, 연애를 얻게 돼요,"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맨스는 완벽한 순간들의 연속이고, 연애는... 글쎄요, 설거지와 침대 시트 교체, 그리고 '오늘 저녁 뭐 먹을까'라는 지루한 대화의 연속이죠."
나는 그녀가 자신의 소설에서 쓴 구절을 인용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가장 최근작 《로맨스의 종말》에서 나온 문장이었다. 내가 표지에 그린 것은 찢어진 사랑의 편지였다.
"그런데 왜 계속 로맨스 소설을 쓰는 거죠?" 내가 물었다.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에서 무언가 깊은 것이 일렁였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서요.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완벽한 순간을 페이지 위에서나마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녀의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나는 그녀의 소설 속 로맨스를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그 속의 주인공이 되길 꿈꿨던 것이다.
"이번 표지는 좀 다르게 해볼까요?" 갑자기 그녀가 말했다. "항상 결말을 암시하는 그림이었잖아요. 이번엔... 시작을 그려보는 건 어때요? 연애가 아닌, 로맨스가 시작되는 순간을."
그녀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내 손을 향해 움직였다. 우리의 손가락이 살짝 맞닿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로맨스와 연애 사이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모호하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아주 가끔은, 현실이 소설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저녁, 나는 그녀의 다음 소설 표지를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제목은 《로맨스가 연애에게》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표지에 그려진 두 사람은 우리를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