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연애: 우리가 함께 맛본 행복
그녀가 먹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았다. 첫 데이트에서 육개장을 먹을 때 이미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강렬한 국물이 그녀의 입술을 뜨겁게 달구는 순간, 그녀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웃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명하다.
"매운 것 좋아해?" 그녀가 물었다. 나는 실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했지만, 그녀의 눈빛에 이끌려 "물론이지"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부터 우리의 연애는 맛집 순례가 되었다. 동네 구석구석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봄에는 남대문 시장의 칼국수 집에서 함께 젓가락을 들었고, 여름에는 해운대의 회 센터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가을이 되자 강원도 산골의 메밀국수 집에서 바람을 맞으며 손을 잡았고, 겨울에는 전주 한옥마을의 콩나물국밥 앞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우리의 사랑은 맛의 추억으로 채워졌다.
세 번째 데이트에서 그녀는 내가 매운 음식을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 후로 데이트 코스에는 항상 두 가지 맛집이 있었다. 하나는 매운 음식, 또 하나는 담백한 음식. 그녀는 절대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항상 신경 썼다.
일 년 동안 우리는 서울 근교의 거의 모든 유명 맛집을 다녔다. 음식을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추억을 쌓았다. 그녀의 입맛과 취향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그녀의 성격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의 도전적인, 마라탕의 얼얼함을 즐기는 그녀의 모험심을, 그리고 가끔 담백한 죽을 찾는 그녀의 여린 마음을 나는 맛으로 읽어냈다.
이별은 예상치 못했다. 그녀의 유학 소식을 들은 것은 우리가 함께 찾은 100번째 맛집에서였다. 프랑스 요리학교, 그녀의 꿈이었다. 내가 알고 있었지만 외면했던 그 꿈을 그녀는 잊지 않았다. "같이 갈래?"라고 물었지만, 나는 갈 수 없었다.
지금 나는 우리가 함께 갔던 맛집들을 혼자 찾아다닌다. 그녀가 말했듯이 "음식의 맛은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라는 것을 이제야 온전히 이해한다. 같은 자리, 같은 메뉴지만 혼자일 때는 그때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어제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프랑스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열었단다. 메뉴에는 우리가 함께 찾았던 한국 맛집들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들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초대장이 왔다.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의 맛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 맛은 영원히 그날, 그 순간에만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맛의 여정이 시작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