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남사친의 그림자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 건 정확히 3주 전부터였다. 늘 혼자 걷던 집으로 가는 길, 어둠 속에서 흐릿하게 비치는 그림자가 내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도영아, 오늘도 같이 집에 갈래?" 유진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학창 시절부터 함께해 온 남사친 유진은 늘 있어도 없는 듯한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의 갑작스러운 친절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괜찮아, 오늘은 혼자 갈게." 내 대답에 순간 유진의 눈빛이 변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눈에서 분노가 번쩍였다.
집으로 향하는 길, 발걸음 소리가 나를 쫓아오는 것 같았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구두 소리는 내 심장박동보다 더 빠르게 다가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지만, 비어있는 거리만이 내 불안을 증폭시켰다.
집에 도착해 문을 잠그고 창문을 확인한 후, 휴대폰을 켰다. 새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집에 잘 도착했어?'라는 유진의 메시지. 어떻게 내가 집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을까? 나는 답장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학교 사물함을 열었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곳에는 내가 어제 입었던 옷과 똑같은 옷을 입은 인형이 있었다. 인형의 목엔 빨간 실이 묶여 있었다.
"그거 누가 넣었어?" 유진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나는 움찔했고, 그의 손에서 묘하게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났다. 어디서 맡았던 냄새인데...
"도영아, 요즘 너 정말 이상해. 무슨 일 있어?" 유진의 질문은 진심 어린 걱정처럼 들렸지만, 그의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다.
그날 밤, 나는 유진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SNS를 뒤지고, 옛 친구들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유진에 대한 내 기억은 고등학교 때부터였지만, 초등학교 동창들은 그런 이름의 아이를 기억하지 못했다.
다급하게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유진이라고 남자애 기억나세요? 제 친구인데..." 부모님의 대답은 더 큰 공포를 안겨줬다. "도영아, 너 남자 친구는 한 명도 없었잖니. 너는 늘 혼자였어."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거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떨리는 손으로 방문을 열었을 때, 거울 속에 비친 것은 유진의 모습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보던 그 그림자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내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남사친의 모습을 한 나 자신이었다.
거울 속의 내가 웃으며 말했다. "혼자가 두려웠지? 그래서 내가 네 곁에 있어 준 거야." 그제서야 깨달았다. 15년 전 교통사고로 쌍둥이 오빠를 잃은 후, 내가 만들어낸 환상이었다는 것을. 유진은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매일 밤 나를 집까지 데려다주던 그림자 속 남사친은 결국 내 외로움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미스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