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여행: 누군가의 여정
기차는 내가 잠든 사이 모르는 역에 멈춰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간판에는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지명이 쓰여 있었다. 내 여행 계획에 없던 역이었다.
플랫폼에는 사람이라곤 없었다.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전체가 형광등 불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따스함 없이 차갑게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내 손목시계는 3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역 안의 모든 시계는 멈춘 듯 12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나는 객실 복도를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물었다.
그는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미소는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편했다. 마치 오래된 흑백 사진 속 표정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호기심에 이끌려 기차에서 내렸다. 발을 내딛는 순간, 기차 문이 내 뒤에서 소리 없이 닫혔다. 돌아보니 창문 너머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승객도, 승무원도, 모두 사라진 듯했다.
역사 안으로 들어가자 옅은 라벤더 향이 코끝을 스쳤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바로 그 향이었다. 돌아가신 지 오 년이 지났는데도, 그 향을 잊을 수 없었다. 대합실에는 낡은 가죽 여행가방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가방에 붙은 이름표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노란 종이에 적힌 편지 한 장과 낡은 지도 한 장, 그리고 검은색 열쇠 하나가 들어있었다. 편지에는 할머니의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네가 올 줄 알았단다. 이제 진짜 여행을 시작하렴. 네가 찾는 답은 네가 가본 적 없는 곳에 있어."
지도를 펼쳐보니 내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마을 이름들이 나타났다. 그중 한 장소가 붉은 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시작점'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곳은 내가 태어난 집의 주소였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일 리 없었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언젠가 내게 진실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역 밖으로 나오자 새벽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불빛 하나가 보였다. 그 불빛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껏 계획했던 여행은 잊은 채, 나는 할머니가 마련해 둔 미스터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저 멀리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건 내 안의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